김정남 피살 용의자인 도안티흐엉(29)의 것으로 추정되는 페이스북 화면. 화면에 보이는 여성은 흐엉이 범행 당시 입었던 ‘엘오엘’(LOL) 티셔츠를 입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AP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46)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베트남 국적의 여성 용의자 도안티흐엉(29)의 것으로 추정되는 페이스북 계정에 한국과 관련된 게시물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여성은 범행 이틀전인 지난 11일까지 페이스북 계정에 게시물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흐엉의 것으로 추정되는 페이스북 계정 친구 65명 가운데 27명이 한국인이며, 이 여성이 올린 게시물에는 한글도 쓰여 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22일 전했다. 흐엉의 계정으로 추정되는 ‘루비 루비’(Ruby Ruby)에 등장하는 한국인 친구들 가운데 상당수는 음악 관련 일을 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일부는 베트남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 여성의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다른 게시물에 영어로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지난 19일 말레이시아 경찰이 공개한 도안티흐엉(29)의 사진.EPA 연합뉴스
흐엉으로 추정되는 이 여성은 페이스북 게시물을 통해 한국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 1월에는 비빔밥 사진과 셀카 사진을 함께 올리며 영어로 “내가 너를 위해 요리를 할게(I will cook for u)”, “너도 원하니?(Do u want?)”라는 글을 올렸다. <에이피>는 이 여성이 지난해 사용했던 페이스북 계정에는 한글로 “사랑해, 보고싶어”라고 쓰인 게시물도 올라와 있다고 전했다. 또한 범행 사흘 전인 지난 9일 이 계정에는 범행 당시 입었던 ‘엘오엘’(LOL) 셔츠를 입고 찍은 것으로 보이는 사진, 아이스크림 사진과 함께 한글로 ‘ㅋㅋㅋㅋㅋㅋㅋ’라고 쓰인 게시물이 올라오기도 했다.
페이스북 계정에 올라온 가장 최근 게시물은 지난 11일 올라온 사진으로, 흐엉으로 보이는 이 여성은 눈을 감은 사진과 함께 “더 자고 싶다. 하지만 네 곁에서(I want to sleep more but by your side)”라는 글을 올렸다. 흐엉이 지난 2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입국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 사진은 공항 인근의 호텔에서 찍은 사진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2월14일 첫 게시물이 올라온 페이스북 계정에는 캄보디아 프놈펜, 베트남 하노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등 대부분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게시물이 올라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에 올라온 사진 속 여성은 노란색 머리에 앞머리가 있는 단발머리로, 말레이시아 경찰이 공개한 흐엉의 모습과 매우 흡사하다.
한편, 일본 <아사히신문>은 사건 직전까지 흐엉과 함께 살았던 친구를 인용해 흐엉이 한반도 출신의 여러 남성과 사귀었고, 사건 일주일 전 ‘한국 제주도에 간다’고 했다고 22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흐엉이 지난해 6월 베트남의 오디션 프로그램인인 ‘베트남 아이돌’에 비실명으로 출연하는 등 평소 댄서나 배우를 지망해왔다고 전했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