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타스 연합뉴스
러시아가 러-일 간에 영토분쟁이 진행중인 북방영토(쿠릴열도 남단의 4개 섬)에 1개 사단을 새로 배치하기로 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22일 러시아 하원에서 진행한 보고에서 “우리는 쿠릴열도의 방어를 위해 활발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새로운 사단의 배치를 추진해 올해 중에 완료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들이 23일 일제히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 배치가 끝나면 “현재 수천명 정도 수준인 북방영토의 러시아군 병력이 1만~2만명 수준으로 대폭 증강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일본 언론들은 이번 러시아의 움직임에 대해 “쿠릴열도의 다른 섬들과 북방영토를 한 덩어리로 묶어 장기적으로 군의 거점으로 만들려는 구상이 분명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그동안에도 북방영토 4개 섬 가운데 가장 큰 에토로후와 구나시리에 군인과 그 가족들을 위한 주택과 학교 등의 시설을 짓는가 하면, 지난해 11월엔 일본이 반환을 요구하는 북방영토의 2개 섬인 에토로후와 구나시리에 지대함 미사일인 발과 바스티온을 배치한 바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그동안 여러 자리에서 러시아가 1956년 소-일 공동선언에서 약속한 대로 북방영토 4개 섬 가운데 가장 작은 시코탄과 하모마이 군도는 일본에게 반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이들 섬이 러시아의 극동 방어에 갖는 전략적 중요성이 매우 크다는데 있다.
북방영토는 블라디보스토크에 위치한 러시아 극동함대가 태평양으로 나가는 통로가 된다. 러시아가 이들 영토를 일본에 돌려준 뒤, 미국이 미-일 안보조약에 따라 이 지역에 군사 기지를 설치하면 러시아 극동함대의 움직임이 크게 제한 받을 수 있다. 그 때문에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에서 “이후 이들 섬에 미군이 절대로 들어서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있냐”고 물은 바 있다.
일본은 한술 더 떠 러시아가 주장하는 2개 섬 반환이 아닌 4개 섬 일괄 반환 입장을 여전히 꺾고 있지 않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북방영토에 대한 러시아 군의 군비 강화는 ‘북방영토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일본의 입장과 맞지 않는다. 러시아 쪽의 유감의 뜻을 전하고 항의했다”고 밝혔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