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대사관 앞을 지나가는 북한 외교부 차량에 취재진이 몰려들어 사진을 찍고 있다. 쿠알라룸푸르/AP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46) 피살 사건을 수사중인 말레이시아 경찰은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도주한 용의자들에 대한 수배령을 요청했다.
할릿 아부 바카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은 23일 김정남 피살 직후 북한으로 도주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 국적의 남성 4명에 대해 인터폴에 체포 경보 발령을 요청했다고 밝혔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전했다. 인터폴은 테러·마약 등 각종 범죄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는 국제기구로,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190여개국이 가입돼 있다.
그러나 북한은 인터폴에 가입하지 않았고, 말레이시아와 범죄인 인도 협정도 체결되어 있지 않다. 인터폴이 수배령을 내리고 말레이시아가 북한에 신병 인도를 요청하더라도 북한이 이에 응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앞서 말레이시아 경찰이 신원을 공개하며 면담을 요구한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대사관의 현광성(44) 2등 서기관과 김욱일(37) 고려항공 직원은 범행 당시 주모자인 남성 용의자 4명의 도주를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싱가포르 매체인 <채널뉴스 아시아>는 경찰 관계자를 인용해 “현광성은 13일 오전 고려항공 직원과 함께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 있었으며, 그가 용의자 4명을 배웅하는 모습이 폐회로텔레비전(CCTV)에 찍혔다”고 전했다.
북한으로 도주한 4명의 용의자를 비롯해 북한대사관에 은신한 것으로 보이는 현광성, 김욱일 등을 조사하려면 북한 당국의 협조가 필수적이지만, 북한 쪽은 말레이시아 경찰의 수사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수사는 더이상 진척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대사관은 이날 오전 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했으나 곧 취소했다. 북한대사관의 한 직원은 취재진을 향해 “(경찰 수사는) 거짓말이고 비방, 중상”이라며 “문건으로 체포 통보를 받은 것일 뿐이다. (이에) 항의한다”고 말했다.
한편, 바카르 경찰청장은 23일 김정남의 부인과 자녀의 디엔에이(DNA) 시료 채취를 위해 경찰관이 마카오로 파견됐다는 현지 매체 보도에 대해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며 부인했다.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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