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당국이 25일 김정남 피살 사건이 발생한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오염물질 제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쿠알라룸푸르/AFP 연합뉴스
김정남(46) 피살 사건을 주도한 것으로 보인 북한 국적 남성 용의자들이 범행 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감시 카메라가 작동하는지를 공항 직원들에게 문의했다고 일본 <마이니치신문>이 27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북한 정보에 밝은 익명의 정보기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말레이시아 경찰이 지명수배한 북한 남성들이 쿠알라룸푸르 공항 직원들에게 감시 카메라 작동 여부를 물어봤고, 직원들은 “작동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대답했다고 전했다. 공항 직원들은 그런 질문이 있을 경우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라는 매뉴얼대로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다. 신문은 북한 남성들이 이 거짓 대답을 듣고 경계를 늦췄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 등은 북한 정찰총국이 말레이시아에서 유엔 제재를 피해 군수품 판매를 해왔다고 이날 전했다. 유엔 전문가 패널이 안전보장이사회에 최근 제출한 보고서를 보면, 정찰총국은 말레이시아에 있는 ‘글로콤’이라는 회사를 통해 군사용 통신장비를 판매해왔다. 지난해 7월 중국에서 아프리카 에리트레아로 보내는 화물이 유엔 제재 결의 위반으로 단속된 적이 있는데, 단속 화물 중에는 글로콤 상표가 붙은 군사용 통신장비 45상자가 있었다. 글로콤은 2006년부터 최소 3차례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무기박람회에 참가한 적이 있고, 군사 관련 잡지에 “군사 조직 및 준군사조직용 통신 장비를 판매한다”는 광고를 낸 적도 있다. 글로콤은 한때 누리집도 운영했으나 지난해 누리집은 폐쇄됐고, 쿠알라룸푸르 ‘리틀 인디아’ 거리에 있는 사무실도 현재는 닫혀있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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