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말레이시아가 서로 자국 내에 있는 양국의 국민들에 대한 출국 금지 조처를 한 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북한 대사관 주변에 기관총으로 무장한 말레이시아 경찰이 배치돼 대사관 주변을 봉쇄했다. 쿠알라룸푸르/EPA 연합뉴스
북한이 자국 내 말레이시아 국민의 출국을 금지시키자, 말레이시아도 자국 내 모든 북한 국민들의 출국을 금지시켰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46) 피살 사건으로 빚어진 두 나라의 갈등이 단교로 치닫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7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 의례국은 해당 기관의 요청에 따라 조선 경내에 있는 말레이시아 공민들의 출국을 임시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을 말레이시아 대사관에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이어 출금 시한을 “말레이시아에서 일어난 사건이 공정하게 해결돼 말레이시아에 있는 조선 외교관들과 공민들의 안전 담보가 완전하게 이뤄질 때까지”로 못박았다. 말레이시아 외무부는 현재 북한에 외무부 직원 3명과 가족 등 모두 11명이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발표 직후 말레이시아도 자국 내 북한 국민들의 출국을 금지시켰다.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는 “북한 내 말레이시아 국민들의 안전이 담보될 때까지, 말레이시아 내 모든 북한인들의 출국을 금지하라고 경찰청장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고 현지 매체 <더 스타> 등이 보도했다. 나집 총리는 “말레이시아 국민을 인질로 잡는 북한의 혐오스러운 조처는 국제법과 외교 관행들을 총체적으로 무시하고 있다”며 북한에 자국인들의 출국 금지를 즉각 해제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북한이 출금을 해제하지 않으면 추가 조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는 긴급 국가안보호의를 소집해 대책을 논의했다. 말레이시아에는 1천여명의 북한 국민들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과 말레이시아의 관계가 악화하면서 두 나라가 대사관 폐쇄·철수, 또는 단교까지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북한은 지난달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피살당한 김정남 사건과 관련해 말레이시아의 경찰 조사를 신뢰할 수 없다며 시신 인도를 요구했으나, 말레이시아는 이를 거부했다. 말레이시아는 북한과의 비자면제 협정을 파기한데 이어, 6일에는 강철 북한 대사까지 추방시켰다. 이에 맞서 북한도 자국 주재 말레이시아 대사한테 추방령을 내렸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김정남 피살 사건의 용의자인 현광성(44) 북한 대사관 2등 서기관과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37)이 북한 대사관에 숨어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 국민 출국 금지령이 내려진 뒤 기관총을 소지한 말레이시아 경찰 15명이 북한 대사관 주변을 봉쇄했다. 할릿 아부 바카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은 “5년이 걸리더라도 (대사관) 밖에서 (용의자들을)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황금비 정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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