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요 언론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열리게 되는 조기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기정사실화하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 등 이후 전개될 대북정책과 한미관계의 변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탄핵선고 전날 진행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대북정책 관련 인터뷰를 11일(현지시각) 보도하면서, “문 전 대표가 북한과의 대화를 중시하고, 한국 보수정권과 미국이 추진해 온 매파적 입장에 아주 회의적”이라며 “특히 사드 배치가 쿠바 미사일 위기를 연상시키는 교착상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문 전 대표가 대통령이 돼 ‘사드 배치 반대’ 등을 추진해 나갈 경우, 미국과 갈등을 빚을 수 있음을 언급한 것이다. 그러나 <뉴욕 타임스>는 문 전 대표가 집권하더라도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추진했던 대북정책을 그대로 이어가기가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당시에 비해 북한이 훨씬 많은 핵무기를 보유한 데다, 김정은이 예측불허라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워싱턴 포스트>도 이날 ‘탄핵 이후 한국이 중국, 북한과의 관계를 재설정할 수도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정권 교체 가능성에 주목하면서 이에 따른 대북 정책과 한미·한중 관계 변화를 전망했다. 그러나 이 신문도 전문가들을 인용해 문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사드를 폐기하거나 과거 ‘햇볕정책’으로 완전히 회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월스트리트 저널>도 한국 대선에서 문 전 대표의 승리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전제로, “미국이 한국의 변화에 직면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미국 정책에 찬성하고 미국에 신뢰를 준 지도자’로 표현하면서 “박 전 대통령은 북한 핵미사일 실험과 관련해 북한 지도부를 압박하는 미국 강경노선을 밀어붙였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문 전 대표는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의문을 제기한다는 점을 거론했다.
중국 언론들도 한국의 정권교체 가능성을 전제로 이에 따른 사드 배치 변화를 기대하는 모양새를 내비쳤다. <환구시보>는 11일 사설을 통해 “박근혜 탄핵, 사드도 재평가돼야”라는 기사에서 “문 전 대표가 사드 배치에 소극적”이라며 “만약 당선된다면 한국 외교는 새로운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 신문도 “그렇다고 큰 변화가 있을 거라고 하긴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신문은 “박근혜에 대한 청산 작업은 철저하게 진행될 것 같다. 그의 최대작품인 사드의 한국 배치는, (현) 정부가 분초를 다투는 속도로 결실을 보려 한다. (그러나) 박근혜의 중대한 결정도 철저히 재평가돼 청산돼야 한다”며 사드 배치 검토를 거듭 촉구했다.
워싱턴 베이징/이용인 김외현 특파원
yy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