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낮 김정남의 시신을 보관 중인 쿠알라룸푸르 종합병원의 국립법의학연구소. 쿠알라룸푸르/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46) 피살 사건을 수사 중인 말레이시아가 김정남 자녀의 디엔에이(DNA)를 이용해 김정남의 신원을 공식 확인했다고 밝혔다.
15일 아맛 자힛 하미디 말레이시아 부총리는 기자들을 만나 “(수사 당국이) 김정남의 자녀로부터 얻은 디엔에이 시료를 이용해 신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고 <아에프페>(AFP) 등 외신이 전했다. 말레이시아는 그간 김정남을 여권상 이름인 김철이라고 언급해왔다.
아맛 부총리는 다만 디엔에이 시료를 김정남의 자녀 중 누구에게서 채취했는지, 또 어떻게 신원을 확인했는지 등은 밝히지 않았다. 다만 말레이시아 당국이 김정남의 자녀들과 직접 접촉했다기보다는, 중국 등 관련 국가를 통해 간접적인 방식으로 디엔에이 시료를 건네받았을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앞서, 할릿 아부 바카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은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피살자의 신원이 김정남으로 확인됐다”고 밝혔으나, 당시 구체적으로 어떻게 신원을 확인했는지 언급하지 않았다.
김정남은 베이징에 있는 첫째 아내인 신정희와의 사이에 아들 금솔(18)을, 마카오에 있던 둘째 아내인 이혜경과의 사이에 아들 한솔(22)과 딸 솔희(19) 남매 등 2남1녀를 두고 있다. 지난 8일 김한솔은 ‘천리마 민방위’ 계정을 통한 영상에서 자신의 여권을 보여주며 “아버지가 며칠 전 살해당했다. 현재 어머니, 여동생과 함께 있다. 가족들은 모두 무사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이 거주하던 마카오를 벗어나 다른 곳으로 이동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으나, 이들이 현재 어디에 있는지는 전해지지 않고 있다. 외신들은 이날 처음에는 디엔에이 시료를 ‘아들’로부터 채취했다고 보도했다가, 얼마 뒤 ‘자녀’로 정정하기도 했다.
경찰에서 김정남의 시신을 넘겨받은 말레이시아 보건당국은 김정남의 유가족이 시신을 넘겨받으려면 앞으로 2~3주 이내에 인수 의사를 밝혀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일본 <교도통신>과 말레이시아 현지매체 <더 스타> 등은 김정남 신원을 공식 확인하는 데 일본과 중국 정부가 제공한 김정남의 지문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또다른 말레이시아 현지매체 <뉴 스트레이츠 타임스>도 김정남이 숨질 당시 아내와 아들의 얼굴이 그려진 목걸이를 착용하고 있었다며, 이 목걸이는 현지 경찰이 김정남의 신원을 확인하는 데 중요한 2차 증거로 활용됐다고 이날 보도했다.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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