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의 주검을 실은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이 26일 오후 1시58분(현지시각)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 종합병원 국립법의학연구소(IPFN)를 빠져나가는 모습이 현지 일간 <베리타 하리안>에 포착됐다. <베리타 하리안> 누리집 갈무리/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46)의 주검이 북한으로 인도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신경작용제인 브이엑스(VX) 공격을 받고 숨진 지 한달 보름여 만이다. 주검이 이번 사건과 관련된 북한으로 인도될 경우 김정남 피살을 둘러싼 말레이시아와 북한 사이의 외교적 갈등은 일단락될 것으로 보이지만, 핵심 용의자 체포를 비롯한 진상 규명은 결국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높다.
수브라마니암 사타시밤 말레이시아 보건부 장관은 26일(현지시각) 김정남 주검의 북한 송환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답하며 “정부의 최종 결정과 경찰 조사 결과에 따라 주검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고 싱가포르 <연합조보>가 전했다. 같은 날 아맛 자힛 하미디 말레이시아 부총리 역시 기자들과 만나 “말레이시아 외무부가 북한과의 협상과 관련한 공식 성명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주말 북한 정부 대표단 5명이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해 말레이시아 정부와 비밀 협상을 진행했다고 현지 언론 등은 전했다.
이와 관련해 현지 중국어 매체인 <중국보>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북한에 억류된 자국민 9명 전원의 귀환을 조건으로 김정남의 주검을 화장하지 않은 채 북한에 넘기기로 합의했다고 27일 전했다. 이 매체는 이어 “북한과 말레이시아 정부의 비공개 협상에서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대사관에 은신해 있는 김정남 암살 용의자 3명의 출국도 함께 보장됐다”며 김정남의 주검과 용의자들이 27일 늦게 항공편으로 쿠알라룸푸르를 떠나 베이징을 거쳐 평양으로 향할 것이라고 전했다.
애초 말레이시아 정부가 부검으로 밝혀낸 사인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북한의 재부검을 막고자 화장을 실시하고, 이를 통해 북한에 억류 중인 자국민 9명을 인도받는 협상을 진행했다는 해석이 유력했다. 그러나 주검의 화장 여부에 대해서는 현지 매체 보도 내용이 엇갈리고 있어, 구체적인 내용은 말레이시아 당국의 공식 발표가 나와야 확인할 수 있다.
관련 수사를 마무리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중국보>는 26일 아침 4명의 경찰관이 북한대사관에 들어가 대사관에 은신해 있던 핵심 용의자인 현광성(44) 북한대사관 2급 서기관, 고려항공 직원인 김욱일(37), 리지우(30) 등을 2시간30분가량 조사했다고 전했다. 대사관은 치외법권 지역이어서 북한 당국의 허가 없이는 수사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말레이시아가 형식적으로라도 이번 사건과 관련한 경찰 조사를 마무리하기 위해 사전에 북한과 협의한 것으로 보인다.
같은 날 김정남의 주검이 이송되는 모습도 목격됐다. 현지 매체인 <뉴 스트레이츠 타임스>는 26일 오후 2시께 김정남의 주검이 ‘종교적 의식’을 위해 쿠알라룸푸르 종합법원 국립법의학연구소에서 쿠알라룸푸르 외곽 체라스 지역으로 이송됐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주검이 화장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김정남 피살의 최대 쟁점인 주검 인도 문제가 정리되면, 북한과 말레이시아 사이의 외교 갈등도 봉합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범행에 가담한 북한 국적 핵심 용의자들의 신원은 확인했지만, 이들은 이미 북한으로 도주했거나 치외법권 지역인 북한대사관에 은신해 추가 수사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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