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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북한은 미·중 등거리 외교를 이룰 수 있을까?

등록 2018-06-01 20:41수정 2018-06-02 01:26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9일 게재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중국 랴오닝성 다롄 방문 모습. 김 위원장이 시 주석과 다롄 해안가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9일 게재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중국 랴오닝성 다롄 방문 모습. 김 위원장이 시 주석과 다롄 해안가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냉전 시절 중국과 소련 사이에 등거리 외교를 펼쳐온 북한은 이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로 전략적 입지를 다질 수 있을까?

오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과 러시아를 향한 북한의 외교적 발걸음이 잦아지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31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났다. 라브로프 장관은 김 위원장이 북한 지도자에 오른 이후 처음 만나는 러시아 인사이다. 이날 면담에서 김 위원장은 “우리가 미국 패권주의에 직면한 정치적 상황에 조응하면서, 나는 러시아의 지도부와 상세하고 깊은 의견을 교환하고 진전시키기를 적극 희망한다”고 밝혔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북-미 정상회담 발표 이후 북한이 자제하던 전통적인 미국 비난 언급인 ‘패권주의’가 다시 등장한 것이다. 북한은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과의 관계 변화를 모색하지만, 그 지렛대로 전통적인 우방국이자 미국의 경쟁국인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 역시 새롭게 정립하려고 할 것이 분명하다.

지난 24일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하겠다는 편지로 회담이 좌초되는 위기를 조성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 이유 중의 하나로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를 들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7일 돌연 다롄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2차 정상회담을 한 뒤에 북한의 태도가 달라졌다고 트럼프는 지적했다.

다롄 회담이 왜 열렸고, 무엇이 논의됐는지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으나 북한과 중국 사이에 미묘한 현안이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4·27 판문점 선언에서 가장 논란이 됐던 부분은 한반도에서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이었다. 이는 새로운 한반도 판짜기에서 중국과 미국이 결코 동등하지 않은 입지라는 표현이다.

이런 표현의 등장은 북쪽의 요구이거나, 적어도 북쪽의 동의 없이는 가능하지 않다. 북한의 전통적인 외교 노선을 고려한다면, 한반도의 새로운 체제 수립에서 그 당사자는 북한과 미국이어야 한다. 또 사회주의권 붕괴와 김일성 주석 사망 이후 극도의 고립 속에서 지낸 북한은 중국의 지원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북한 핵개발에 대한 미국 주도의 대북 제재에 과거에 비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북한으로서는 중국의 제재 참여 그 자체보다는 중국이 북한에 대해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을 실감했을 것이다.

다롄 회담은 북한으로서는 판문점 선언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달래는 한편 미국과의 교섭에 지렛대를 확보하려는 수순이 아닐 수 없다. 북-미 정상회담이 좌초 위기를 넘긴 뒤 한국 내에서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회담 뒤 바로 남·북·미 3자 종전선언 가능성이 제기되자 중국에서는 다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국 민족주의를 대변하는 대중지인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가소로운 건 중국이 발휘한 역할을 배제하는 논조가 나타난 것”이라며 “중국이 한반도 종전선언 서명에 참여하지 않기를 희망하면서 한·미와 북한이 서명하면 된다고 하지만, 중국은 당시 한반도 정전협정의 서명 당사국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31일 뉴욕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회담한 뒤 북한의 ‘전략적 변화’를 촉구했다. 이는 북한에 과감한 핵폐기를 주문한 것이기도 하지만 미국 주도의 질서에 들어오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트럼프와 폼페이오는 그동안 북한이 핵 문제 등에서 결단한다면 번영을 약속하겠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북한한테 ‘전략적 변화’란 미국 주도의 질서 편입보다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일 것이 분명하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정은 위원장의 중국 재방문과 심지어는 북·중·러 3국 정상회담 가능성도 나온다. 오는 6~9일 중국 칭다오에서 열리는 중국·러시아 주도의 안보경제협력체인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를 이용해 3국의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고 홍콩 언론들은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의 장기였던 중국과 소련을 사이에 둔 등거리 외교의 역량을 이제는 미국과 중국 사이로 확대하는 전략적 발전을 이뤄낼 수 있을까?

정의길 국제에디터석 국제뉴스팀 선임기자 Egil@hani.co.kr

[관련 영상] 한겨레TV | 더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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