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 실무 준비를 맡은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왼쪽)과 조 헤이긴 백악관 부비서실장
지난 1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겠다”고 밝히면서, 이 만남을 실행하기 위한 실무준비팀의 면면에 관심이 집중된다. 북-미 정상회담은 한반도 냉전의 벽을 허문다는 역사적 의미에 더해 ‘금세기에 가장 까다로운 정상회담’이라 불릴 정도로 이동·경호·의전·취재지원 등 여러 실무상의 난제가 겹쳐 있어 이에 대비해야 하는 실무준비팀의 역량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미국 실무팀을 이끄는 이는 조지프 헤이긴(62) 백악관 부비서실장이다. 그는 로널드 레이전 전 대통령 이후 모든 공화당 대통령들의 해외 순방 일정을 담당해 온 미국 내 최고 ‘의전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헤이긴 부비서실장은 전임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8년 동안 백악관 부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지켰고,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자 8년 만에 백악관에 복귀했다. 그의 미들 네임이 화이트하우스(Whitehouse)인 점도 흥미롭다. 백악관 일이 천직인 셈이다.
미국 <시엔엔>(CNN) 방송은 3일 “백악관은 헤이긴에게 정상회담을 열기에 가장 좋은 장소 등 최고의 선택을 할 수 있는 재량권을 부여했다”며 “그가 백악관의 물류와 인적 자원 동원과 관련한 거의 모든 요소를 관장한다”고 했다. 헤이긴 부비서실장 등 30여명의 미국 실무준비팀은 싱가포르 남쪽의 휴양지인 센토사섬의 카펠라 호텔에서 지난달 30일 북한 준비팀과 접촉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헤이긴의 옛 동료들은 <시엔엔>에 이번 같은 까다로운 회담 준비에 “그만한 적임자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비밀경호국장을 지낸 랄프 바샴은 “전세계 사람들 가운데 (이번처럼 어려운 정상회담의) 실무를 지휘할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헤이긴”이라고 말했고, 조슈아 볼턴 전 백악관 비서실장도 “이런 일을 준비하려면 몇달이 걸린다. 그리고 생각만큼 부드럽게 진행되지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헤이긴의 존재가 신뢰감을 더한다”고 말했다.
북한 실무팀을 이끄는 이는 김정은 위원장의 ‘비서실장’ 혹은 ‘3층 서기실장’으로 볼리는 김창선(74) 국무위원회 부장이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그에 대해 “선대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대부터 비서실(서기실)에 근무해와 김씨 일가의 ‘집사’라 불린다. 최고지도자의 의전이나 동선 결정에 절대 영향력을 갖고 있는 듯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북한 체제의 특성상 김 부장은 헤이긴 부비서실장만큼의 실무 재량권을 부여받진 못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 부장은 2월5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특사로 평창겨울올림픽에 참석을 위해 방한했을 때 수행했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회담할 때도 배석했다. 김 부장의 ‘독특한’ 존재감이 드러난 것은 4·27 남북 정상회담 때였다. 한국군 의장대 사열을 마치고 남쪽 평화의집으로 이동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뒤를 김여정 부부장과 김영철 부장이 따라 걷자 김 부장이 다가가 이들을 동선에서 빠지게 했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최근 저서 <3층 서기실의 암호>에서 “그의 전 부인 류춘옥은 북한에서 유명한 항일혁명 투사 부부인 류경수와 황순희의 딸이다. 류춘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동생인) 김경희와 절친한 사이였다”며 그의 출세 배경을 적었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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