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비비안 발라크리쉬난 싱가포르 외무장관이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린 사진.
첫 북-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1일 세계의 눈과 귀는 싱가포르에 머물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에 쏠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첫 공식 일정은 정오로 예정된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 업무 오찬으로 이어지는 양자 회동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을 태운 검은 캐딜락원은 오전 11시46분께 숙소인 샹그릴라 호텔을 나서 11시51분 싱가포르의 대통령궁인 이스타나에 도착했다. 앞선 9시50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싱가포르에 오니 좋다. 분위기가 달아올랐다”는 감상을 적었다.
이날 오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정부로부터 조금 빠른 생일 축하 케이크를 받았다. 비비안 발라크리슈난 싱가포르 외무장관은 자신의 트위터에 “생일 축하합니다. 조금 이르지만”이라는 글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을 올렸다. 사진을 보면, 가운데 위치한 트럼프 대통령이 미소를 짓고 있고, 왼쪽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앉아 박수를 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앞에는 싱가포르 쪽에서 준비한 생일 케이크가 놓여 있다. 1941년 6월14일생인 트럼프 대통령은 사흘 뒤 77번째 생일을 맞는다.
회담을 마치고 12시45분께 오찬장에 모습을 드러낸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 앞에서 리 총리와 악수를 하며 포즈를 취한 뒤 “고맙다”는 말만 남기고 들어갔다. 전날 저녁 싱가포르 파야레바르 공항에 도착한 뒤 말을 아끼던 트럼프 대통령은 오찬을 시작하기 전 짧게나마 입을 뗐다. 그는 리 총리에게 “여러분도 알다시피 내일 무척 흥미로운 회담이 있다”며 “난 이게 그저 꽤 순조롭게(nicely) 진행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싱가포르의) 환대와 프로페셔널리즘, 그리고 우정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모두 26석이 마련된 오찬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왼쪽엔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이, 오른쪽에는 이번 북-미 정상회담 성사의 주축인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자리했다. 이밖에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모두 13명이 참석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오찬 뒤 “대통령은 내일 김 위원장과의 대화(engagement)를 위해 잘 준비돼 있다”며 “미국의 입장은 여전히 분명하며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또다른 공식 일정은 싱가포르 주재 미국대사관 직원들과의 ‘만남과 환영’ 행사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행사 참석을 위해 오후 2시16분 숙소 샹그릴라 호텔로 돌아왔다. 이 행사에서 눈길을 끈 것은 무대 배경이었다. 성조기와 인공기를 반씩 넣은 동그란 엠블럼 옆에는 빨간색으로 ‘SINGAPORE 회담’(싱가포르 회담), 파란색으로 ‘싱가포르 SUMMIT’(싱가포르 서밋)이라고 영어와 한글을 병기했다. 다음날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의 우호적 결합을 상징하고자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아침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가 이끄는 미국 대표단과 마주 앉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역시 성조기와 인공기가 함께 그려진 신분증을 목에 걸고 나타나 관심을 모았다.
싱가포르/김지은 노지원,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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