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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3국3색’ 한-미-일 보도자료

등록 2018-06-15 11:24수정 2018-06-15 11:40

미국, 동아시아 안보공약 의심받지 않게 ‘철통같은’ 표현 넣어
한국, 한국 역할 강조하려 판문점 선언, 문 대통령 지시 언급
일본, “일-미 공동훈련은 그대로 진행한다”는 부분 강조 애써
짧고 모호한 보도자료 속에서도 각국의 숨은 의도 엿볼 수 있어
2017년 10월 서해에서 진행된 한-미 군사훈련인 대특수전부대작전(MCSOF)의 모습. 미국 이지스 구축함이 함포를 발사하고 있다.
2017년 10월 서해에서 진행된 한-미 군사훈련인 대특수전부대작전(MCSOF)의 모습. 미국 이지스 구축함이 함포를 발사하고 있다.
북한과 선의에 기초한 대화를 하는 동안엔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 12일 공개된 뒤 한-미-일 군 당국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한-미 연합훈련이 동아시아 안보 정체에 끼치는 결정적인 영향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 결정을 내리며 미 국방부의 면밀한 조언을 받지 않은 것은 물론 한국 국방부와도 협의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져 양국 국방 당국은 크게 당황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영향을 받은 것은 한-미 양국만이 아니다. 한반도를 대륙의 위협에서 일본을 지키는 ‘방파제’로 여기는 일본은 패닉에 빠졌다. 오노데라 이쓰노리 방위상은 13일 “미-한의 군사연습과 주한미군은 동아시아 안보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이후에도 이런 생각을 일-미, 일-미-한과 공유하길 원한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는 변하지 않았다”며 직접적인 ‘견제구’를 날렸다.

다급해진 한-미-일 3개국 국방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지 이틀이 지난 14일 밤(한국 시간)긴급 전화 통화를 했다. 이 통화 내용을 전하는 한-미-일 3개국 국방부 보도자료의 톤이 서로 미묘하게 달라 흥미를 끈다.

미 국방부의 목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런 지시사항을 이행하면서, 이번 훈련 취소로 인해 동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안보 공약이 흔들리는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 보도자료를 보면,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미국 정부의 노심초사가 느껴진다. 그 때문에 보도자료엔 ‘철통같은 한미동맹’(ironclad U.S.-South Korean alliance) 같은 단어들이 사용됐다. 또 ‘국방은 외교를 지원하는 것’이란 매티스 장관의 지론이 잘 표현돼 있다.

미 국방부 누리집
미 국방부 누리집

<미국 국방부 보도자료>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오늘(14일) 오노데라 이쓰노리 일본 방위상과 송영무 한국 국방장관에게 각각 전화를 걸어 최근 미-북 정상회담의 결과에 대해 논의했다고 다나 W 화이트 국방부 대변인이 성명을 통해 밝혔다. 아 통화는 싱가포르에서 열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이의 역사적인 미-북 정상회담 이후에 이뤄진 것이다. 이 만남은 미-북 지도자들 사이의 첫 만남이었고, 대화는 김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에 나서도록 설득하기 위한 것이었다.

한국

매티스 장관과 송 장관은 미-한 연합군사훈련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지침을 이행하기 위해 양국이 어떻게 협력할지를 포함해 현재 진행 중인 외교적 노력을 어떻게 상호 지원할지에 대해 논의했다. 매티스 장관은 철통 같은 한-미 동맹을 재확인했다. 화이트 대변인은 “두 나라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앞으로도 긴밀히 협력해 가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일본

오노데라 방위상과의 전화에서 매티스 장관은 일본에 대한 미국의 철통같은 방위공약을 재확인하고, 이 지역에 대한 전투 준비능력을 유지한다는 미국의 결의를 전했다고 화이트 대변인은 말했다. 또, “두 나라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앞으로도 긴밀히 약속해 가기로 말했다”고 하이트 대변인이 말했다.

이에 비해 한국 정부는 훈련을 중지하더라도 우리가 미국의 결정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동맹으로서 협의를 했다는 인상을 지우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또, 한국의 역할을 강조하려는 듯 4·27 ‘판문점 선언’과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서도 신중한 검토를 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를 언급하고 있다. 미국 자료에는 담겨 있지 않은 한-미 국방장관이 조만간 직접 만나 회담을 열기로 약속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전체적으로 한국의 ‘주체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 국방부 보도자료>

송영무 대한민국 국방부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美 국방장관은 6월 14일 저녁에 전화협의를 통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과 우리 정부 국가안전보장회의 전체회의 결과를 공유하고, 향후 한 미 국방당국 간 공조방안에 대해 논의하였다.

송 장관은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축하하면서, 북한이 진정성 있게 비핵화 조치를 실천하고 적대관계 해소를 위한 남북간, 북미간 성실한 대화가 지속된다면 판문점선언에서 합의한 상호 신뢰구축 정신에 따라 대북 군사적 압박에 대해 유연한 변화가 필요하며,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서도 신중한 검토를 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언급을 재강조하였다.

양 장관은 북-미 정상회담 합의내용의 충실하고 신속한 이행을 위해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국방 차원의 지원노력을 지속 강화해 나가기로 하였다. 이를 위해 양 장관은 다가오는 UFG 연습을 포함한 한미 연합훈련 전반에 대해 심도깊게 의견을 교환하였다. 양 장관은 향후에도 긴밀한 공조를 지속 유지하면서 가능한 빠른 시기에 직접 만나 논의를 이어가기로 하였다.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이 불가피하다는 한-미 양국의 기조와 달리, 일본의 보도자료에는 날이 서 있다. 한-미의 보도자료에는 담겨 있지 않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CVID) 북핵 폐기 원칙을 다시 강조하고 있다. 또, 북한이 모든 핵 실험과 탄도 미사일 실험을 중지해야 한다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준수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그리고 한-미 연합훈련은 중지하지만, 미-일 연합훈련은 절대 중지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하기 위해 “ 양 각료는 공동훈련 등의 대응을 통해 일미동맹의 억지력·대처력 강화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적었다.

일 방위성 누리집
일 방위성 누리집

<일본 방위성 보도자료>

6월14일 오노데라 방위대신과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전화통화를 했다. 그 개요는 다음과 같다.

양 각료는 미-북 정상회담을 포함한 북한 문제에 대한 대응에 대해 의견교환을 했다. 오노데라 대신은 미-북 정상회담과 관련해, 김정은 위원장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의사를 다시 한번 문서를 통해 명확히 약속한 의의가 크며, (이번 회담이) 북한을 둘러싼 여러 현안의 포괄적인 해결을 향한 한 걸음이라는데 데해 지지한다는 뜻을 전했다. 또 북한의 모든 대량파괴무기와 여러 사정거리의 탄도 미사일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를 향해 계속해 노력해 가야할 필요가 있다는 뜻을 전했다. 양 각료는 미-북 정상회담의 성과 위에서 일-미가 긴밀히 연대하고, 북한에 대한 유엔 안보리결의의 완전한 이행을 요구해 간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 양 각료는 공동훈련 등의 대응을 통해 일미동맹의 억지력·대처력 강화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것과 함께 어떤 사태에 대해서도 동맹국으로서 연대해 대응하기 위해 계속해 긴밀한 의사소통을 꾀하자는데 일치했다.

외교·안보 분야의 공식 자료나 정부 당국자의 발언은 추상적이고 모호한 것이 특징이다. 아무리 읽어봐도 무슨 소리인지 모를 때도 많다. 그러나 짧은 한쪽짜리 보도자료 속에서도 절묘한 용어를 골라 자국의 분명한 입장을 전하려 애쓴다.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둘러싼 한-미-일 3개국 국방장관의 전화통화 내용을 전하는 이번 보도자료가 좋은 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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