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로힝야 난민캠프 입구에서 11일(현지시각) 코덱(CODEC·지역사회개발센터) 프로젝트 매니저 무하마드 나시르 우딘(49)이 <한겨레> 평화원정대와 인터뷰를 마친 뒤 자신이 생각하는 평화의 의미를 담은 ‘한 장의 평화’를 써서 보여주고 있다. 우딘은 ‘인권’을 평화의 뜻으로 풀었다. 콕스바자르/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로힝야의 인건비가 싸니까 원주민들이 노동시장에서 밀리고 있어요. 일자리가 줄어든 반면에 물가는 올랐고요. 로힝야를 향한 미움도 커지고 있습니다. 미움! 그게 가장 큰 문제예요.”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의 로힝야 난민캠프 초입에 있는 ‘공동체개발센터’(CODEC) 사무실에서 지난 11일 만난 무하마드 나시르 우딘(48) 프로젝트 매니저는 걱정이 한둘이 아니었다. 걱정의 범주도 생태에서 자연재해, 심리적 갈등까지 다양했다.
로힝야 사람들이 장작을 구하려고 나무를 마구 베어 숲이 고사 직전으로 치닫고, 여기저기에 관정을 뚫어 펌프를 돌리느라 지하수 수위가 크게 내려가고 있다. 이 지역의 흙에 모래 성분이 많은 탓에 우기를 맞아 큰비가 계속 내리면 산사태 등으로 대재앙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도 그의 걱정거리 가운데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70만명의 대이동이 시작된 지난해 8∼9월까지만 해도 넘쳐나던 구호단체나 일반인의 지원이 크게 줄어들어 난민 사이의 싸움을 부추길 수 있다. 원주민보다 난민의 수가 더 커지면서 느끼는 원주민들의 불안감은 양쪽의 갈등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는 가장 좋은 해법은 역시 ‘평화’다. 방글라데시 정부와 미얀마 정부가 로힝야 난민의 안전한 귀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합의안을 내놓아 난민캠프를 질서정연하게 해체하는 것이다. 하지만 평화의 길은 멀고 험하다. 두 정부가 합의에 이를 수 있을까. 우딘은 “난민들이 캠프에 오래 있거나 아예 가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센터는 일단 로힝야 어린이들의 캠프 적응, 원주민과의 화합을 위해 유니세프와 함께 27개 캠프에서 모두 600곳의 ‘아동친화공간’(CFS·child friendly space)을 만들었다. 하루 3개 조로 나누어 운영하는데, 70%는 로힝야 어린이다. 함께 모여서 노래하고 춤추고 공부한다. 로힝야 부모들은 미얀마에 있을 때 정부 군인들의 성폭행을 우려해 여자아이들을 집 밖에 내보내지 않는 게 관습처럼 자리 잡았다. “집에만 있게 하지 말고 아이들이 서로 만나고 섞여서 살아야 한다”고 설득했더니 부모들의 태도가 조금씩 변했다는 게 우딘의 설명이다.
11일(현지시각) 로힝야 난민들이 집단 거주하는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쿠투팔롱 난민캠프에서 로힝야 어린이들이 코덱( CODEC·지역사회개발센터)과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이 함께 만든 ‘아동친화공간’에서 애니메이션을 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콕스바자르/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그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6월까지 캠프에서 태어난 아기만 7만5000명에 이른다”며 “캠프 내부에서 열리는 인식개선 모임에서 사람들에게 콘돔 사용 등에 관한 캠페인을 하지만 성과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늘어나는 난민을 수용하기 위해 방글라데시 정부는 난민캠프를 새로 짓고 이주를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우딘은 “난민들은 새 캠프가 고향에서 멀기 때문에 가지 않으려 할 것”이라며 “방글라데시 정부와 국제사회가 미얀마 정부를 강하게 압박해 로힝야족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콕스바자르/전종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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