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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이상 폭염’ 끝에 찾아온 ‘이상 폭우’에 대한 세가지 의문점

등록 2018-08-07 17:29수정 2018-08-07 18:01

역대급 폭염 겪는 강원 영동에 예보 없이 폭우 내려
7월 일본 남서부 폭우 당시 ‘온난화’도 가능 원인으로 제기돼
“온난화는 날씨가 더워지는 게 아니라, 예측이 점점 어려워지는 것”
열파·가뭄·화재·홍수 등 세계서 극단 기후 계속될 수도
6일 새벽 강원 강릉과 속초 등 동해안에 최고 시간당 93㎜의 폭우가 쏟아져 건물과 도로가 침수되는 등 비 피해가 속출했다. 사진은 속초해경 인근에 내린 비로 도로가 침수된 모습. 속초해경 제공
6일 새벽 강원 강릉과 속초 등 동해안에 최고 시간당 93㎜의 폭우가 쏟아져 건물과 도로가 침수되는 등 비 피해가 속출했다. 사진은 속초해경 인근에 내린 비로 도로가 침수된 모습. 속초해경 제공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더니 지난 5일과 6일에는 강원도에 갑작스러운 폭우가 내렸다. 강릉과 속초를 비롯한 동해안은 건물과 도로가 침수되는 등 비 피해가 속출했다. 폭염 도중에 내린 폭우는 이제까지의 기후 패턴과 다른 양상이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건지, 세 가지 질문을 던져봤다.

1. 강릉에 내린 폭우, 기상청은 왜 예측하지 못했나

지난 5일과 6일, 이틀에 걸쳐 강원 영동지역에 280㎜의 폭우가 내렸지만 기상청은 이를 예측하지 못했다. 5~50㎜ 정도의 강수량을 예보했을 뿐이다. 이번에 피해를 본 강릉과 속초는 국내 최초로 ‘초열대야’ 현상까지 나타날 정도로 바로 전날까지 기록적인 폭염을 겪은 지역이다.

기상청은 6일 설명자료를 통해 “기후 수치예보모델(프로그램)들이 6~7일 북쪽 한기가 우리나라 중부지방까지 내려오면서 100㎜ 이상의 많은 강수를 예측하고 최고 기온도 30도 이하로 떨어지는 것으로 예측했지만, 오차가 클 것으로 분석해 실제 예보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런 기상 패턴은 과거에 없던 이례적 현상”이라는 게 기상청을 비롯한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폭염 경보가 내린 7월31일 시민들이 서울 여의도의 한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폭염 경보가 내린 7월31일 시민들이 서울 여의도의 한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2. 펄펄 끓는 폭염 기간에 갑자기 폭우가 내린 건 왜일까

‘기온이 높아지면 대기 중 수증기가 늘어나 폭우가 내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최근 몇 년 동안 세계적으로 부쩍 늘어난 이상 기후 현상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세계적으로 이상 기후가 늘어나는 데 대해 “온난화가 진행될수록 육지의 수분이 공기 중으로 올라가 육지는 가뭄이, 대기는 폭우를 내릴 가능성이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여름 유럽을 강타한 열파와 가뭄, 산불 등의 재해도 이에 따른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2016년 6월 파리와 2017년 휴스턴에서 일어난 홍수 사태를 유사한 예로 들며, 앞으로도 강우량과 강설량이 극단적인 경향을 보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바로 한 달 전인 7월 초, 홍수로 피해를 본 일본 남서부 지역에 대해서도 비슷한 분석이 제기된 바 있다. 히로시마, 오카야마 등 3개 현에는 나흘 동안 1600㎜가량의 비가 내리며 200여명이 사망하는 등 큰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재산 피해를 본 경우를 합치면 이번 폭우의 피해자는 5000여명에 달한다. 사전에 호우 특별경보가 발령됐지만, 워낙 드문 대형 재난이었던 탓에 미리 대피한 이들의 수가 적어 피해가 컸다.

지방자치단체의 방제 작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문제 제기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이상 기후가 이제는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는 해석이 눈길을 끈다. 후쿠오카대학의 모리타 오사무 기상학과 교수는 당시 <니시니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온 상승으로 대기 중에 축적되는 수분량이 늘어나고, 대기 상태가 불안정해진 것”을 유례 없는 폭우의 원인으로 진단했다. 신문은 이어 ‘비가 오는 횟수는 줄지만 일단 비가 내리면 강수량은 증가한다’는 의견도 소개했다.

이번 영동지역 폭우에 대해서도 비슷한 분석이 나온다. 김해동 계명대 지구환경과 교수 역시 한겨레에 “서쪽에서 동쪽으로 태백산맥을 넘어오던 고온다습한 공기가 폭염의 영향으로 온도가 더 높아져 수증기를 더 포함했고, 이게 북쪽으로 내려온 한기와 만나면서 폭우로 변했다”고 설명했다.

파리기후협약을 지켜도 지구 온도가 4도 가량 상승해 ’온실 지구’ 상태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하는 보고서 내용을 소개한 DW의 기사. 트위터 갈무리
파리기후협약을 지켜도 지구 온도가 4도 가량 상승해 ’온실 지구’ 상태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하는 보고서 내용을 소개한 DW의 기사. 트위터 갈무리

3. 온난화는 더워지는 게 아닌 예측이 점점 어려워지는 것이다?

환경 및 기후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이와 같은 극단적인 이상 기후 현상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연재해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하는 냇캣서비스의 자료를 보면, 전 세계적으로 이상 기후로 인한 재난의 발생 건수는 1980년 이래 37년 동안 3배 이상 증가했다.

옥스퍼드대 환경변화연구소 연구원 프리트라이크 오토는 이유(EU)옵저버에 “한 때 비정상적으로 따뜻한 날씨로 간주하였던 것은 평범한 것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의 알렉스 존스는 〈도이치벨레〉(DW)에 “온난화는 단지 더워지는 게 아니라, 예측이 점점 어려워지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6일, “지구 온도 상승을 2도 이하로 맞추자는 파리기후협약을 지키는 것만으로는 온난화를 막기에 역부족”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한 다국적 연구팀 소속 기후학자 요한 록스트룀은 “지금 유럽에서 겪는 열파는 ‘지구 온도 1도 상승 시나리오’에서는 예측되지 않았던 결과”라고 말했다. 숲을 늘리는 등 지금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하지 않으면 기후는 통제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의견이다. (▶관련 기사: 파리협정 이행해도 지구 온도는 4~5도 상승할 수 있다)

박수진 기자 sujean.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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