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태풍 ''제비''가 일본 열도에 상륙한 4일 오사카에서 도로표지판과 전신주들이 강풍에 맥없이 쓰러졌다. 이 태풍으로 11명이 숨지고 600여명이 다쳤다. 오사카/연합뉴스
4일 21호 태풍 ‘제비’가 일본 열도를 강타해 오사카를 포함하는 일본 서부 지역의 교통 허브인 ‘간사이 공항’이 침수돼 직원과 이용객을 합쳐 5000여명이 고립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이번 태풍으로 11명이 숨지고 600여명이 다치는 등 인명 피해가 발생하자 올 들어 유독 빠른 태풍의 발생 속도에 관심이 집중된다.
일본 기상청 자료를 보면, 올 들어 8월까지 발생한 ‘태풍’ 수는 1~3월 3개, 6월 4개, 7월 5개, 8월 9개 등을 합쳐 21개였다. 이는 태풍 관련 통계가 남아 있는 1951년 이후 1971년(24개) 다음으로 많은 수치였다. 이에 견줘 2017년 같은 기간엔 14개, 2016년엔 11개, 2015년엔 16개가 발생했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태풍이 발생하면 연간 평균 태풍의 발생 건수인 25.6개보다 훨씬 많은 태풍이 만들어졌다 소멸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금까지 태풍 발생이 가장 많았던 해는 올해 다음으로 한반도에 지독한 무더위를 몰고 왔던 1994년(8월까지 20개)의 36개였다.
2001년 이후 월별 태풍 발생 횟수. 자료: 일본 기상청
올해 태풍 발생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기는 잇따른 태풍 피해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일본 언론들도 마찬가지였다. <아사히신문>은 4일 올해 태풍이 많이 발생하고 있는 주요 원인으로 태풍의 ‘고향’인 북태평양 지역의 수온 상승을 꼽았다.
태풍은 북태평양과 남중국해 등 동아시아 적도 부근에서 발생하는 ‘열대성 저기압’ 가운데 최대 풍속이 ‘초속 17m’ 이상인 것을 지칭한다. 태풍을 만드는 것은 적도 부근의 따뜻한 바닷물이 증발돼 발생한 수증기가 하늘로 올라가 구름방울로 응결할 때 방출되는 ‘열 에너지’다. 태풍은 26.5도 이상의 ‘따뜻한 바다’에서 생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는 북반구를 강타한 이상 고온으로 인해 7월 이후 북태평양 지역의 해수 온도가 예년보다 1도 정도 높았다. 여기에 인도양 쪽에서 불어온 계절풍(서풍)이 동아시아에 끔찍한 무더위를 가져 온 강한 태평양 고기압 부근의 동풍과 맞부딪히면서 태풍의 재료가 되는 적란운이 발생하기 쉬운 조건이 형성됐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발생한 태풍이 중위도 지역인 한국·일본에 이를 때까지 강한 위력을 유지했다는 점이다. 이런 현상이 발생한 이유 역시 따뜻한 수온이었다. 태풍은 이동하는 과정에서 차가운 바닷물 또는 수증기를 공급받을 수 없는 지면과 마찰하면 힘을 잃어버린다. 이 과정을 거쳐 결국 힘을 잃고 ‘온대성 저기압’으로 힘을 잃고 만다. 그렇지만 올해엔 태풍이 북상하는 길목에 자리 잡은 일본 혼슈 남쪽 지역 해수 온도가 예년보다 2~3도나 높았다. 태풍의 힘이 북상하며 약해지기는커녕 더 강해지는 구조였던 셈이다.
그러나 9월 이후 태풍이 한반도에 영향을 끼칠 확률은 낮을 것으로 예측된다. 9월이 되면 태풍은 적도에서 발생해 북진하다 편동풍을 타고 서진해 중국 대륙으로 향하거나 조금 더 북진해 편서풍대에 이르면 다시 태평양 쪽으로 가파른 커브를 그리며 동진하게 된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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