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앞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우정(friendship)과 존중(respect)의 뜻을 밝혔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비핵화를 둘러싼 북-미 협상이 교착 국면에 빠진 듯하지만, 북한과 대화하려는 미국의 의지에는 변함이 없음을 강조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1일(현지시각) 열린 중-미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는 성명에서 미-중 정상은 “북한에서 위대한 진전이 이뤄지고 있음에 동의했다. 두 정상은 김 위원장과 함께 핵 없는 한반도를 보기 위해 애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 대한 우정과 존중을 표했다”고 전했다. 미국 정상이 다른 나라 정상과 양자회담을 한 결과를 설명하는 성명에 제3국 지도자에 대한 우정과 존중의 뜻을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협상이 속도를 내던 6월과, 9월 평양에서 열린 3차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내에 비핵화를 실현하겠다”는 뜻을 밝혔을 때도 “나는 그(김 위원장)를 존중하고 그도 나를 존중한다”고 언급했었다. 그때와 다름없이 북한과 대화하려는 명확한 의지가 있음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도 미-중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며 ”미-중 양측은 한반도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며 “중국은 북-미 정상이 다시 회담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시 주석을 ‘세계적 수준의 포커 플레이어’로 부르며, 중국이 미-중 무역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려고 북-미 협상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불신을 드러내왔다. 그러나 미-중이 무역전쟁의 ‘휴전’을 선언하면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미-중 협력도 조금씩 살아나는 모양새다.
이를 드러내듯 왕이 부장은 “북-미 양측이 같은 방향을 향해 가고 서로의 합리적 우려 사항을 배려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병행 추진하길 바란다”며 “미국은 (북핵 해결을 위한) 중국의 적극적 역할을 높이 평가했고, 중국은 미국과 소통과 조율을 유지하길 원한다”고 했다. 그가 언급한 ‘합리적 우려’에는 북한이 바라는 체제 보장과 제재의 부분 해제 등 미국이 취해야 하는 상응 조처가 포함된 것으로 해석된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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