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중국 최대 민영기업이자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 상하이 매장 앞을 한 여성이 지나가고 있다. 첨단산업 분야를 둘러싼 미-중 간 패권 전쟁의 영향으로 중국의 통신산업 공룡으로 성장한 화웨이가 미국의 집중 견제 대상이 되고 있다. 상하이/로이터 연합뉴스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후계자로 꼽혀온 멍완저우(46) 최고재무책임자(CFO)의 1일 ‘갑작스러운’ 체포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전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밝혔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정책을 둘러싼 부처 간 불협화음과 조율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쏟아냈다.
볼턴 보좌관은 6일(현지시각) 미국 공영라디오 <엔피아르>(NPR)와 한 인터뷰에서 미-중 정상회담 당시 자신은 멍완저우의 체포에 대해 “법무부에서 보고를 받지만, 이런 일은 자주 일어나는 일이라 하나하나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는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사전 보고를 받지 않았음을 사실상 시인했다.
반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 전 멍완저우의 체포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전했다. 무역 갈등 해소를 위해 중요한 만남이어서 시 주석이 이 문제를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다는 관측이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체포와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부처 간 대중정책이 충분히 조율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지난 3월 시작된 양국 간 무역전쟁을 90일간 중단하기로 합의한 ‘당일’, 미국이 캐나다 당국의 협조를 받아 중국 최대 민영기업인 화웨이의 최고위 간부를 체포했기 때문이다. 게리 로크 전 주중 미국대사는 <월스트리트 저널> 인터뷰에서 이번 조처가 “미-중 간 무역전쟁을 악화시키고 양국 간 협상을 더 힘들게 할까봐 걱정스럽다”고 말했고, <뉴욕 타임스>도 이번 체포의 타이밍과 관련해 중국 당국이 트럼프 행정부의 민족주의적 분파가 양국 간 무역협상을 사보타주하려는 것이란 의심을 키울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소개했다.
이번 조처가 첨단산업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본격화되는 ‘신호탄’이 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한 예로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창끝이 시진핑 주석이 추진 중인 산업정책인 ‘중국제조 2025’의 핵심을 찔렀다고 이번 조처의 의미를 분석했다. 화웨이는 차세대 통신기술인 5G에서 세계를 이끄는 선두 기업으로 ‘중국제조 2025’의 성공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부분이다.
앞서 미국 정부는 8월 국방수권법(NDAA)을 통해 ‘안보상의 이유’를 들어 2019년 8월부터 미 정부·군·국영기업이 화웨이 등 중국 5대 통신기업의 제품과 이들 기업의 부품이 포함된 제품을 사용하지 못하게 했고, 이듬해인 2020년 8월부터는 이들 기업 제품을 사용하는 회사와 미 정부 간의 거래를 금지했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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