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업무만찬 형식의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AFP 연합뉴스
미-중이 무역전쟁을 멈추기로 하며 합의한 내용들이 하나둘씩 이행되고 있다. 세계 경제를 불확실성의 늪으로 빠뜨린 갈등이 수습돼가는 신호이지만, 멍완저우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체포 이후 갈등이 엉뚱한 방향으로 확전될 수 있다는 우려는 가시지 않는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12일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미국이 ‘공정 경쟁을 해친다’는 비난해온 공세적 산업 정책인 ‘중국제조 2025’를 수정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2015년 발표한 이 정책에서 세계 최고 제조업 국가가 되기 위해 2025년까지 달성할 국산화율 목표를 제시했다. 한 예로 이동통신장비 분야에선 2025년까지 중국시장에선 80%, 세계시장에선 40%의 점유율을 달성해야 한다.
이 신문은 수정안엔 품목별 목표 수준을 낮추고, ‘경쟁적 중립’ 원칙에 따라 외국 기업의 참여를 더 인정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수정안은 내년 초엔 공개될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품목별 목표 달성 시기를 2035년으로 10년 늦추는 내용이 포함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일 무역전쟁을 90일간 멈추는 대신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에너지·공산품 수입을 늘리고, 중국 쪽이 외국 기업들에 강요해온 ‘의무적 기술 이전’이나 지식재산권 침해 문제를 시정하기 위한 협상을 개시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미국 언론을 중심으로 중국이 취하는 조처가 하나둘씩 흘러나오는 중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11일 무역 협상의 중국 쪽 대표인 류허 부총리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과의 첫 화상회의에서 미국산 자동차 관세를 현행 40%에서 15%로 낮추는 안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인터뷰를 통해 중국이 “엄청나게 많은 미국산 대두를 이미 구매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중국이 수입할 미국산 대두는 약 150만t이다.
그렇지만 1일 멍완저우의 ‘갑작스런’ 체포 이후 갈등이 ‘정보 보안’ 등 안보 문제로까지 확산되는 흐름도 관찰된다. 빌 프리스탭 미국 연방수사국(FBI) 방첩본부장은 12일 상원 법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중국산 통신기기 이용자 데이터가 중국 정부에 의해 어떻게 이용될지 알 수 없다”며 “화웨이뿐 아니라 다른 중국 업체 제품 사용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의 요청을 받고 멍완저우를 체포한 캐나다에 대한 중국의 보복도 이어지고 있다. <에이피>(AP) 통신은 중국이 전직 캐나다 외교관 마이클 코브리그를 억류한 데 이어, 캐나다 대북 교류 단체 백두문화교류사 대표 마이클 스페이버도 “중국의 국가 안전에 위해를 가하는 행위에 연루된 혐의”로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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