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인 멜라니아(오른쪽), 아들 배런(왼쪽)과 함께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연말을 보낸 뒤 5일(현지시각) 밤 백악관에 도착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일(현지시각) 이란이 미국인을 공격할 경우 “불비례적인 방식”으로 완전하게 반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이 “미 군사시설에 군사적 보복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예고한 데 대한 반박이다. 지난 3일 이란의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에 대한 미국의 공습 살해 이후 양쪽이 연일 발언 수위를 높이는 등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이란이 어떠한 미국 사람이나 타깃을 공격하면 미국은 신속하고 완전하게 그리고 아마도 불비례적인 방식으로 반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불비례적인 방식’은 공격받은 만큼만 대응하는 ‘비례성 원칙’을 버리고 이란이 솔레이마니 암살에 대해 미국에 보복행위를 할 경우 그보다 훨씬 강력하게 반격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워싱턴 백악관으로 복귀하는 길에도 기자들에게 거듭 “이란이 보복하면 중대한 보복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도 강한 반발을 이어갔다. 호세인 데간 이란 최고지도자 군사수석 보좌관은 이날 오전 <시엔엔>(CNN) 인터뷰에서 “전쟁을 시작한 것은 미국이고 그들의 행동에 따른 적절한 대응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이란의 대응은 틀림없이 군사적일 것이며, 군사시설을 대상으로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혁명수비대장 출신인 모센 레자에이 국가조정위원회 사무총장은 트위터에 “만약 미국이 이란의 군사적 대응에 어떠한 반격에 나선다면 이스라엘의 (2대 도시인) 하이파와 텔아비브는 가루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이란 양국 군은 무력 충돌 가능성 대비에도 나서고 있다. 미 국방부는 중동 지역에 82공수사단 소속 병력 3500명의 추가배치를 시작한 데 이어, 최근 육군 특수전 부대인 제75 레인저연대의 1개 중대도 추가배치했다고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익명의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레인저 중대는 보통 150~200명으로 구성되는데, 적의 수장을 사살하거나 생포하기 위한 습격 작전에 특화돼 있다. 또한 이란도 미사일 부대가 비상대기상태에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미군이 이란 사령관을 살해하는 일을 자국 영토에서 당한 이라크도 미국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다. 이라크 외교부는 미국의 이번 행위가 주권침해에 해당한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제소하고, 안보리 차원에서 미국을 규탄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이라크 의회는 이날 긴급회의를 열어 미군을 포함한 이라크 내 모든 외국 군대를 철수할 것을 정부에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현재 이라크에는 약 5200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미군 철수 결의안은 법률적 구속력이 없지만 미국의 신경줄을 자극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우리가 수십억달러를 들여 지은 우리의 공군기지 비용을 이라크가 갚기 전에는 떠나지 않을 것”이라며 “그들이 우리더러 떠나라고 하면 우리는 이전까지 못 본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미국-이란 긴장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불안정한 의사결정 구조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WP)는 “전쟁을 앞에 둔 대통령들은 경험 많은 참모와 믿을 만한 정보, 동맹과의 강력한 유대, 미국 대중의 광범위한 신뢰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며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갈등이 고조되는 때 그런 항목들에서 공급이 부족할 수 있다”고 짚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중동 경험이 거의 없는 신참이고, 미국과 유럽 동맹국과의 관계도 악화됐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정보기관의 정보보다는 자신의 감에 의존해 판단한다는 것이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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