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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코로나19 위기 속 군사긴장 재점화한 미국·이란

등록 2020-04-23 07:32

트럼프 "우리 배 성가시게 구는 이란 보트 쏴버리라 명령"
이란, 첫 군사위성 발사…"우주에서 세상 내려다 볼 수 있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잠시 잦아들었던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이 재점화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바다에서 이란 무장 고속단정이 우리의 배(군함)를 성가시게 굴면 모조리 쏴버려 파괴하라고 해군에 지시했다"라고 적었다.

이는 이달 15일 걸프 해역 북부에서 벌어진 미 군함과 이란 혁명수비대 해군의 고속단정이 근접한 사건과 관련해 이란에 경고한 것으로 보인다.

미 해군은 걸프 해역의 공해상에서 작전 중이던 미 해군 군함 6척에 혁명수비대의 무장 고속단정 11척이 경고를 무시한 채 10m 거리까지 근접해 약 1시간 동안 미 군함 사이를 어지럽게 돌아다니면서 위협 기동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혁명수비대는 고속단정이 예고한 순찰 작전을 하던 중 미 군함이 접근했고경고 신호를 보냈지만 철수하지 않고 위협했다고 반박했다. 혁명수비대는 미 군함이15일뿐 아니라 6일과 7일에도 걸프 해역에서 훈련하고 복귀하는 이란 군함을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걸프 해역에서는 매년 수차례 미 군함과 이란 혁명수비대의 고속단정이 근접하는 일이 벌어진다.

데이비드 노퀴스트 미 국방부 부장관도 이날 "대통령이 이란에 중요한 경고를 보냈다. 대통령은 오늘 우리의 모든 배(군함)가 자위권이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라고 이란에 대한 압박에 가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아볼파즐 셰카르치 이란 군 대변인은 "미국은 지금 다른 나라를 괴롭힐 생각하지 말고 코로나바이러스에서 자국군을 먼저 구하는 데나 집중하라"라고 되받아쳤다.

트럼프 대통령의 수위 높은 트윗은 이란 혁명수비대의 '깜짝 발표'와 맞물린 것으로 추정된다.

혁명수비대는 이날 오전 첫 군사위성을 성공적으로 발사했다면서 국영방송을 통해 발사 장면을 공개했다.

혁명수비대는 이 인공위성의 이름이 '누르'(빛이라는 뜻의 이란어 또는 아랍어)이며 이란 중북부 셈난주 다슈테 카비르 사막에서 발사돼 425㎞ 상공 궤도에 안착했다고 발표했다.

혁명수비대는 자체 개발한 3단 발사체 '가세드'(배달부라는 뜻의 이란어)를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이란은 셈난주 이맘 호메이니 국가우주센터에서 인공위성을 발사했지만 이번에는 공개되지 않은 혁명수비대의 기지에서 쏜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이날 발사된 군사 위성은 이란 정보통신부가 주관하는 민간 위성 프로그램과 별도로 진행된 기밀 군사작전일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모하마드 자바드 어자리-자흐로미 이란 정통부 장관은 자신의 트위터에 "이란의 평화적 우주 프로그램의 일부는 민간 정부가, 일부는 당연히 군부가 추진한다. 3주전 가세드와 누르 개발 현장을 방문했다"라고 설명했다. 인공위성 발사체 기술이 대륙간 탄도미사일과 유사한 만큼 서방은 이란의 우주 프로그램의 동태를 매우 경계한다.

더구나 이날 이란이 발사한 인공위성이 군사적 목적인 탓에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은 더 첨예해지게 됐다. 호세인 살라미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은 "오늘날 군사 강국이라면 우주를 사용하지 않고는 포괄적인 방위 계획을 보유할 수 없다"라며 "이제 이란은 우주에서 세상을 내려다 볼 수 있게 됐다"라고 군사적 의미를 강조했다.

이와 관련,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모든 나라는 미사일 발사를 유엔에보고해야 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준수하는지를 평가해야 하는 의무를 진다"라며 "이란의 미사일 발사가 안보리 결의를 지켰을 리 없으며 그들은 자신이 한 일에 책임져야 한다"라고 경고했다. 존 하이튼 미 합참차장은 "그것(발사체)이 아주 멀리 날아갔다"라며 "중동 국가와 미국의 우방을 위협하는 능력이 있다는 뜻이고 이란의 악의적 행태의 또다른 예이자 고속단정 위협과도 일맥상통한다"라고 비판했다.

미국과 이란의 거친 설전과 군사적 대치가 새로운 장면은 아니나 일각에서는 코로나19와 유가 폭락으로 두 정부 모두 내부 위기를 겪는다는 점에서 결과적으로 외부의 위협으로 시선을 분산하는 '정치적 이득'을 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중동에서 양국의 군사적 긴장이 첨예해지면 유가가 오르는 지정학적 요인이 되곤 한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직후 미국 대표 유종인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의 가격은 장중 40% 가까이 급상승했다.

영국 베팅업체 스프레덱스의 분석가 콘너 캠벨은 AFP통신에 "트럼프의 트윗으로일부 투자자가 검은 것(원유)으로 되돌아와 유가를 끌어올렸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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