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민들이 24일 중국의 ‘홍콩 보안법’ 제정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이 중국의 ‘홍콩 보안법’ 제정 움직임에 맞서,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를 박탈할 가능성을 내비치며 중국을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다. 코로나19 책임론으로 미-중 관계가 최악에 빠진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가용한 모든 카드를 활용해 ‘중국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2일(현지시각) 성명을 내어 홍콩 보안법 제정에 대해 “중국이 홍콩에 약속한 고도의 자치권에 대한 종말의 전조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국이 홍콩 의회를 우회해 제정하려는 홍콩 보안법이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라는 중국-홍콩 관계 원칙에 어긋나고, 홍콩의 자치와 시민의 자유를 억누르는 데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전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홍콩은 미국 시장에 대한 특별한 접근권을 일정하게 누리고 있다”며 “이러한 권리들이 지속될 수 있을지 살펴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1992년 제정한 ‘홍콩정책법’에서 홍콩에 관세·투자·무역·비자 발급 등에서 본토인 중국과 다른 특별대우를 보장하고 있는데, 중국에 대한 대응 수단으로 이를 없앨 수도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경우 홍콩은 미국과 거래할 때 중국처럼 최대 25%의 관세를 떠안는 등 불이익을 입게 되며, 이는 본토인 중국에도 타격이다. 캐빈 해싯 백악관 경제 선임보좌관은 <시엔엔>(CNN) 방송 인터뷰에서 홍콩 보안법을 제정하면 외국 자본들이 대거 홍콩을 탈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보안법은 인권·자유·자치라는 보편적 가치에 관한 문제인 만큼, 홍콩 시민들은 물론 유럽연합과 영국·오스트레일리아·캐나다 등 서방 국가들의 중국 비판을 이끌어낼 수 있는 강력한 소재가 될 수 있다. 미국이 중국의 ‘약한 고리’인 홍콩을 쥐어잡고 중국 때리기에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코로나19 사태의 책임을 중국으로 돌리고,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제재를 강화했으며 대만·남중국해 문제에서도 중국과 날카롭게 각을 세우고 있다. 백악관은 지난 21일에는 의회에 제출한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접근’ 보고서에서 “미국은 더이상 중국과의 관여에 있어 상징성과 화려한 행사를 추구하는 것은 가치가 없다”며 중국이 실질적이고 건설적인 결과를 보여주지 않으면 압박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의 도전을 압도하기 위해 동맹과의 파트너십 등을 강조했다. 사실상 중국과의 ‘신냉전’을 인정한 것이라는 풀이가 나왔다. 이와 별개로 미 상무부는 22일 대랑살상무기(WMD) 및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내 인권탄압과 관련된 이유를 들어 33개 중국 회사와 기관을 미국의 거래제한 명단에 올렸다.
미국의 이런 ‘중국 때리기’는 중국의 기술·군사 패권국 부상을 저지하려는 미국의 오래된 기본 전략에다 트럼프 대통령의 11월 대선 전략이 맞물린 결과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국 때리기는 코로나19 부실 대응과 경제 악화의 책임을 외부로 돌리며 지지를 끌어모을 수 있는 다목적 카드다. 응답자의 36%가 미국의 최악의 적으로 중국을 꼽았다는 <폭스뉴스>의 21일 발표 여론조사에서 보듯, 중국과의 맞대결에 미 대중의 지지도 탄탄하다. 트럼프 대통령 쪽은 민주당의 사실상 대통령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중국에 유약하다며 “베이징 바이든”이라고 부르면서 비교 효과도 노리고 있다. 공화당 의원들은 중국에 코로나19 사태의 책임을 물어 제재 등 보복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법 제정을 주도하고 있다. 미 의회전문지 <더 힐>은 “트럼프와 공화당이 반중국 전략에 올인하고 있다”고 짚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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