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일 백악관에서 펜실베이니아주를 향해 떠나며 기자들에게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이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백악관이 연방 퇴직연금의 중국 주식 투자 계획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산 책임론을 제기하며 ‘중국 때리기’에 열 올리는 가운데 나온 움직임이다.
유진 스캘리아 미 노동부 장관은 지난 11일 ‘연방공무원 저축계정’을 운영하는 연방퇴직저축투자위원회(FRTIB)에 서한을 보내, 중국 기업 주식을 포함하는 지수에 투자하려는 이 위원회의 모든 조처를 “즉시 중단”하라고 밝혔다. 스캘리아 장관은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애초 연방퇴직저축투자위원회는 2017년 미국의 조사 대상인 일부 중국 기업들의 주식을 포함한 지수에도 투자하기로 결정하고, 올해 하반기부터 실행할 예정이었다. 연방공무원 저축계정은 연방 정부·의회 공무원과 미군이 가입하며, 운용 규모는 6천억달러(약 735조원)에 이른다.
스캘리아 장관의 이런 조처는 같은 날 백악관의 로버트 오브라이언 국가안보보좌관과 래리 커들로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의 서한을 받자마자 나온 것이다. 백악관은 서한에서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한 중국 정부의 과실 행동으로 중국이 앞으로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연방 퇴직기금을 중국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중대하고 불필요한 경제적 위험”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와 관련해 중국에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는 계획을 염두에 둔 것이자, 중국과의 금융 관계를 줄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공화당도 ‘중국 때리기’에 가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등 상원의원 9명은 중국을 상대로 ‘코비드19(COVID19) 책임법’ 추진 의사를 밝혔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법안을 보면, 중국이 코로나19에 관한 미국과 국제사회의 조사와 관련해 완전하게 설명했다는 점을 미 대통령이 60일 이내에 의회에 증명하도록 했다. 또 미 대통령이 중국에 미국 내 중국 자산 동결과 여행 금지, 비자 철회, 대출 제한, 미국 주식시장 상장 금지 등 제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중국이 속이지 않았다면 코로나19가 미국에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중국은 강제하지 않으면 진지한 조사에 절대로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가 중국 우한의 바이러스 연구소에서 나왔으며, 중국 정부가 발병 초기 정보를 전세계에 신속히 공유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사태의 책임을 중국에 돌리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왜 코로나19 검사 역량을 국제적 경쟁으로 보느냐’는 중국계 기자의 질문에 “나한테 묻지 말고 중국에 물어보라”고 말해 중국 혐오와 인종차별적 인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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