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슈밋 미국 미주리주 법무장관이 지난해 9월 워싱턴 대법원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갈수록 격해지고 있다. 말싸움을 넘어 소송전까지 이어지는 등 미-중 관계가 1970년대 ‘핑퐁외교’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22일 <로이터>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에릭 슈밋 미국 미주리주 법무장관은 전날 “코로나19로 미주리주 시민을 포함해 세계적으로 막대한 인명 손실과 재산 피해를 입게 했다”며 중국 정부와 공산당 등을 상대로 연방법원에 소송을 냈다. 슈밋 장관은 소장에서 “중국은 경악스러운 수준의 속임수와 은폐, 불법행위와 무책임한 대응으로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을 불러왔다.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정 국가를 상대로 다른 국가의 지방정부가 소송을 내는 것은 국제법상 불가능하다. 미국 <공영 라디오>(NPR)는 전문가의 말을 따 “주권국가는 이른바 ‘주권 면책’에 따라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전했다. 조시 홀리 연방 상원의원(미주리주)이 지난 14일 중국의 ‘주권 면책’을 박탈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코로나19 피해자 구제법안’을 발의한 것도 이 때문이다. 법안은 코로나19 사태의 책임 소재를 가리는 조사를 위해 국무부에 전담조직을 꾸리는 한편, 향후 소송에 대비해 미국 내 중국 자산을 동결할 수 있는 조항도 포함하고 있다.
‘중국 때리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고 있다. 그는 “코로나19의 ‘기원’을 밝히기 위한 조사팀을 중국에 파견하고, 중국이 의도적으로 코로나19를 퍼뜨렸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란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런 공세는 미국 내 ‘반중 정서’가 갈수록 고조되고 있는 현실과 맞물려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퓨리서치센터가 21일 공개한 설문 결과, 2017년 트럼프 대통령 취임 당시 47%에 그쳤던 중국에 대한 비호감도는 66%까지 올라갔다. 수전 손턴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는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에 “중국 때리기는 워싱턴 정가에서 언제나 정치적으로 유리한 전술이었다”며 11월 대선을 앞두고 미 정치권에서 ‘반중 정서’를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짚었다.
중국 쪽의 반응도 거칠어지고 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0일 정례브리핑에서 “2009년 미국에서 처음 발생한 뒤 세계 214개 국가와 지역으로 퍼져 20만명에 가까운 사망자를 낸 신종플루(H1N1)와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국제 금융위기 당시 미국에 책임지라고 요구한 국가가 있느냐”고 질타했다.
<시엔비시>(CNBC) 방송은 제임스 크랩트리 싱가포르국립대 교수의 말을 따 “미-중 관계는 1970년대 이래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코로나19 이후 무역협상을 포함한 미-중 관계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판”이라고 짚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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