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미얀마군, 로힝야족 공격해 6천여명 학살, 75만명 피난
병사 2명 영상 증언…“성폭행하고, 30명 죽이고 매장했다”
피해자 증언과도 일치…네덜란드 헤이그서 ICC 조사받아
병사 2명 영상 증언…“성폭행하고, 30명 죽이고 매장했다”
피해자 증언과도 일치…네덜란드 헤이그서 ICC 조사받아

로힝야 족이 2017년 11월1일(현지시각) 미얀마에서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 팔롱할리로 가고 있다. 최소 2000여명 이상의 지치고 굶주린 로힝야 난민들이 박해를 피해 나프강을 건너 입국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팔롱할리/AP 연합뉴스
승려 출신 이병 “군 서열 낮아 성범죄 못하고 보초 섰다” 두 명의 미얀마 군인이 2017년 미얀마 당국의 로힝야족 대학살에 대해 증언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보도했다. 수천명이 목숨을 잃고 70여만명을 피난길에 오르게 만든 2017년 대학살에 대해 로힝야족이 피해자 입장에서 진술한 적은 많았다. 가해자 입장에서 미얀마군이 증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군인은 지난달 말 네덜란드 헤이그로 이송돼, 지난해 말부터 미얀마의 대량학살 범죄를 조사하는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조사를 받고 있다.

미얀마군의 로힝야족 학살 사실을 증언한 묘 윈툰(왼쪽) 이병과 조 나잉툰 이병. 포티파이 라이츠 누리집 갈무리

로힝야 족이 거주하던 마을인 미얀마 라카인주 북부 고두 자라 마을에서 2017년 9월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민가가 불타고 있다. 라카인/AP 연합뉴스
네덜란드 헤이그 ICC서 조사중…피해 증언과 상당부분 일치 이들의 증언은 미얀마 군 일부가 수십 개 마을에서 벌인 로힝야족 100여명 학살 사건에 국한되지만, 미얀마군에 소속됐던 군인의 증언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현재 미얀마 정부는 대량 학살과 매장 등을 부인하고 있지만, 이를 깨뜨릴 수 있는 주요 증언이기 때문이다. 두 군인은 현재 네덜란드 헤이그에 머물며 국제형사재판소의 조사를 받고 있다. 이들은 사실상 구속 상태로, 향후 법정에서 전쟁 범죄에 대한 증언에 나설 수 있고, 증인 보호 프로그램도 제공받을 것이다. 두 사람 역시 재판 대상이 될 수 있다. 국제 인권단체 ‘포티파이 라이츠’의 매튜 스미스는 “이들은 국제형사재판소에서 재판을 받는 첫 미얀마 군인이 될 것이고, 법원이 구류한 첫 번째 내부 증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0년 6월24일 인도네시아 북 아체 롯수콘 앞바다에서 고장 난 배를 타고 표류하던 로힝야 족 난민들이 인도네시아 어부와 관리들에 의해 구조돼 랑콕 해변으로 향하고 있다. 랑콕/AP 연합뉴스
2017년 로힝야족 6700명 사망…아웅산 수치도 옹호 로힝야족의 비극은 1900년대 시작됐다. 불교국 미얀마에는 12세기부터 국경 부근 라카인주를 중심으로 이슬람교를 믿는 로힝야족이 거주해 왔다. 1824~1948년 미얀마와 인도를 식민지배했던 영국은 인도인과 방글라데시인 일부를 미얀마로 이주시켰고, 로힝야족을 다른 종족보다 법적으로 우월하게 대우했다. 1948년 독립 이후, 미얀마는 이주민인 인도인과 방글라데시인은 물론 국경 부근에 오랫동안 거주해 온 로힝야족까지 불법 이민자로 간주했다. 불교도와 무슬림의 뿌리 깊은 갈등과 독립 전 대일본 항전 과정에서 로힝야족들이 미얀마인을 집중 공격했던 전력이 반영됐다. 1962년 군사쿠데타 이후엔 로힝야족에게 외국인 신분증만 발급해 취업과 교육 기회를 박탈했다. 1982년 새 시민법이 통과돼 서류 증명을 통해 미얀마 신분증을 발급해 줬으나, 로힝야족은 여기서도 배제됐다. 로힝야족 일부는 무장세력이 됐고, 2017년 8월 이들로부터 미얀마 경찰 초소 등이 습격받은 것을 계기로 미얀마군의 대규모 토벌이 시작됐다. 2017년 8~9월 두 달에 걸친 토벌 작전으로 어린이 730여명을 포함해 최소 6700여명의 로힝야 족이 사망한 것으로 국경없는 의사회는 추정한다. 2017~2019년 미얀마에 있는 로힝야족 정착지 200여곳이 파괴되고 75만명의 로힝야 난민이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등으로 쫓겨나 난민 생활을 하고 있다.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 고문이 2019년 12월11일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사법재판소에서 시작한 '로힝야 집단학살' 재판에 참석해 미얀마의 로힝야족 학살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헤이그/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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