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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방글라데시, 로힝야 난민 1600명 외딴섬 이주 강행

등록 2020-12-06 13:10수정 2020-12-07 16:02

4일 로힝야 난민들이 방글라데시 치타공에서 군함에 타고 바샨차르 섬으로 이동하고 있다. 치타공/AP 연합뉴스
4일 로힝야 난민들이 방글라데시 치타공에서 군함에 타고 바샨차르 섬으로 이동하고 있다. 치타공/AP 연합뉴스
방글라데시 정부가 미얀마 출신 로힝야족 난민들을 기존 난민캠프에서 외딴섬으로 옮기는 작업을 시작했다. 안전에 대한 우려와 난민 동의가 없었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방글라데시 당국은 이를 강행했다.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은 미얀마 정부의 탄압으로 1백여만명이 방글라데시에 도망쳐 머물고 있다.

<로이터> 통신과 <가디언> 등은 지난 4일 로힝야족 난민 1600여명이 방글라데시 남부 치타공 항구에서 해군 선박 7척에 나눠타고 근처 외딴 섬에 조성된 새 거주지에 도착했다고 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로힝야족이 이주한 곳은 바샨차르 섬으로 방글라데시 남쪽 메그나강 하구에 자리 잡고 있다. 치타공과는 약 40㎞ 떨어져 있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바샨차르 섬에 약 4억달러를 들여 수도와 전기 시설 등을 갖춘 대규모 주거시설과 모스크, 농경지, 병원, 경찰서, 학습센터 등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바샨차르 섬은 생성된 지 채 20년도 되지 않은 섬으로, 사이클론의 이동 경로에 놓여있어 홍수 등 재난에 취약한 곳이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방글라데시 외교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모든 난민이 자발적으로 이주했다”며 이번 조처로 1백여만명의 난민들로 인한 과밀 상태가 다소 해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방글라데시는 로힝야족 난민 10여만명을 이 섬으로 이주시킬 계획이다.

방글라데시 바샨차르 섬에 지어진 로힝야 난민 주거지. 바샨차르/AP 연합뉴스
방글라데시 바샨차르 섬에 지어진 로힝야 난민 주거지. 바샨차르/AP 연합뉴스
하지만 난민들과 인권단체들은 일부 난민들이 바샨차르 섬으로의 이주를 강요당했다고 말했다. 로힝야족 두 명은 본인들의 이름이 동의 없이 이주자 명단에 올랐다고 <로이터> 통신에 말했다. 또 다른 난민은 “저들이 내 아들의 이가 부러지도록 때리는 바람에 아들이 바샨차르 섬 이주에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국제앰네스티는 “방글라데시 정부는 유엔 인권기구가 먼저 새로운 거주지 평가를 수행하도록 난민 재배치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로힝야족 난민 문제는 오랜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다. 이슬람교를 믿는 로힝야족은 불교국인 미얀마에 12세기부터 국경 부근 라카인주를 중심으로 거주해 왔다. 1824~1948년 미얀마를 식민지배했던 영국은 다수였던 버마족을 탄압하면서 로힝야족 등 소수족은 우대하는 정책을 폈다. 1948년 독립 이후, 미얀마는 로힝야족을 불법 이민자로 간주하고 탄압했다. 불교도와 무슬림의 뿌리 깊은 갈등과 독립 전 대일본 항전 과정에서 로힝야족들이 미얀마인을 집중 공격했던 전력 등이 반영됐다. 1962년 군사쿠데타 이후엔 로힝야족에게 외국인 신분증만 발급해 취업과 교육 기회를 박탈했고 이후에도 이들에 대한 배제를 이어가, 로힝야족 일부는 무장세력이 됐다.

바샨차르 섬 지도와 위성 사진(왼쪽 작은 사각형). 바샨차르 섬은 히말라야 퇴적토가 오랫동안 쌓여 지난 2006년 생성됐다. 위성 사진에 난민 거주 건물의 빨간 지붕이 옅게 드러난다. 구글 지도 갈무리.
바샨차르 섬 지도와 위성 사진(왼쪽 작은 사각형). 바샨차르 섬은 히말라야 퇴적토가 오랫동안 쌓여 지난 2006년 생성됐다. 위성 사진에 난민 거주 건물의 빨간 지붕이 옅게 드러난다. 구글 지도 갈무리.
2017년 8월 로힝야족 무장세력이 미얀마 경찰 초소 등을 습격한 것을 계기로 미얀마군의 대규모 토벌이 시작됐다. 2017~2019년 미얀마에 있는 로힝야족 정착지 200여곳이 파괴되고 75만명의 로힝야 난민이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등으로 쫓겨나 난민 생활을 하고 있다.

로힝야족 문제에 대해서는 1991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아웅산 수치도 정부를 옹호하고 있다. 미얀마 국가고문 겸 외무장관인 수치는 지난해 12월 헤이그 국제사법재판소(ICJ) 법정에 출석해 “범죄 정의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이뤄진 결단”이라고 미얀마 정부의 주장을 변호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방글라데시 우키아에 있는 로힝야 난민 집단거주지 쿠투팔롱 캠프의 모습. 우키아/AFP 연합뉴스
방글라데시 우키아에 있는 로힝야 난민 집단거주지 쿠투팔롱 캠프의 모습. 우키아/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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