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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영국-EU 브렉시트 협상 타결…협력→경쟁 체제로

등록 2020-12-25 19:02수정 2020-12-26 02:02

4년6개월 만에 탈퇴 절차 마무리
상품교역 무관세…금융 등은 제외

산업·규제정책 조율 장치 없어
규제 완화 경쟁 심해질 가능성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24일(현지시각) 유럽연합 탈퇴 이후 경제관계를 위한 협상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24일(현지시각) 유럽연합 탈퇴 이후 경제관계를 위한 협상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유럽연합(EU)과 영국이 24일(현지시각)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절차를 최종 마무리하는 미래 경제관계 협상을 매듭지었다. 이에 따라 2016년 6월23일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가 통과된 지 4년6개월 만인 내년 1월1일부터 양쪽은 협력보다 경쟁하는 관계로 바뀌게 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위원장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오후 각각 기자회견을 열어 협상 타결 소식을 발표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양쪽 모두에 적절하고 책임있는 합의를 이뤘다”고 말했고, 존슨 총리는 “영국이 다시 재정과 국경, 법, 통상, 수역의 통제권을 회복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합의된 협정안은 2019년 기준 4381억파운드(약 6570조원)에 이르는 영국과 유럽연합 회원국 간 상품 교역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자유무역을 핵심으로 한다. 또 유럽연합 어선들이 앞으로 5년6개월 동안 영국 영토에서 6마일(약 9.6㎞) 떨어진 바다까지 접근해 조업할 수 있게 허용한다. 다만, 어획량은 기존보다 25% 줄어든다. 이밖에 조세나 보조금, 환경·노동 규제 정책에 따른 불공정 경쟁이 생기지 않도록 보장하고, 분쟁이 발생하면 독립된 중재 절차를 통해 해결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영국이 유럽연합 회원국일 때는 회원국 시민 누구나 자유롭게 나라를 옮겨 살거나 취업할 수 있었지만, 내년부터는 사증 발급 등 별도의 허가 절차를 거쳐야 한다.

금융 등 서비스 무역 대부분은 이번 협정에서 제외됐다. 서비스 분야는 영국 국내총생산(GDP)의 80%를 차지하며, 유럽연합과의 무역에서 지난해 175억파운드(약 26조원)의 흑자를 기록한 분야다. 이에 따라 영국 서비스 부문이 입을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영국 금융계의 유럽 내 사업 승인 여부가 전적으로 유럽연합의 결정에 달려 영국 금융기업들의 유럽 사업 전망도 불투명하다.

이번 합의안은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직후 예상하던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이 낮은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파스칼 라미 전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도 “이 협상은 자유무역 상태에서 시작해 장벽을 설치하는 데 집중한 역사상 최초의 무역협상”이라고 평했다.

상품 무역에도 복잡한 절차가 추가되는 부담이 따른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는 출입국 심사 등 수많은 서류작업과 절차가 추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합의안에서 산업·규제 정책 조율 방안이 배제됨에 따라 앞으로 규제 완화 경쟁이 격화할 가능성도 높다. 미국, 중국, 인도 등과의 자유무역협정에 적극적인 영국이, 유럽연합보다 완화된 조건을 협상의 지렛대로 제시하면서 유럽연합을 자극할 여지가 있다.

하지만 이번 협상 타결은 유럽연합 내부 결속을 다지는 계기가 될 거라는 지적도 있다. 이탈리아 유럽대학연구소의 브리지드 라판 교수는 “이번 협상은 유럽연합이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는 데 힘을 발휘하는 적극적인 관리 국면에 들어갔음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영국의 탈퇴 이후 ‘자유주의’ 성향을 보이는 회원국의 입김이 줄고 프랑스와 독일 중심 체제가 강화될 가능성도 높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내다봤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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