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국제일반

인종·젠더 넘어…바이든 정부, ‘21세기 뉴딜’ 꿈꾸나

등록 2021-03-12 19:14수정 2021-03-13 02:30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미국 앨라배마주 베서머의 아마존 물류센터 노조 결성을 응원하려고 이 사업장을 방문한 테리 슈얼(가운데) 등 민주당 하원의원들이 5일(현지시각) 근처 유통산업 노조 건물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곳 물류센터 노동자 5800여명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에서 최초의 노조 결성 찬반투표를 이달 29일까지 진행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사쪽이 반대표 행사를 종용한다는 소식에 “협박, 강요, 반노조 선전은 안 된다”고 경고했다. 버밍햄/AFP 연합뉴스
미국 앨라배마주 베서머의 아마존 물류센터 노조 결성을 응원하려고 이 사업장을 방문한 테리 슈얼(가운데) 등 민주당 하원의원들이 5일(현지시각) 근처 유통산업 노조 건물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곳 물류센터 노동자 5800여명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에서 최초의 노조 결성 찬반투표를 이달 29일까지 진행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사쪽이 반대표 행사를 종용한다는 소식에 “협박, 강요, 반노조 선전은 안 된다”고 경고했다. 버밍햄/AFP 연합뉴스

“(노동)조직권보호(PRO)법이야말로 민권법이다. 단체협약을 하면 모두가 같은 임금을 받는다. 남녀, 흑인과 백인 사이에 차이가 없다. 엘지비티큐(LGBTQ), 여성에 대한 보호도 있다. 법만으로는 그들을 항시 보호할 수 없다. 그들의 단체협약이 그들을 보호한다.”

미 하원에서 지난 9일(현지시각) 찬성 225, 반대 206으로 통과된 노동법 개정안인 ‘조직권보호법’을 두고 미국 최대 노조조직인 미국노동연맹-산별노조협의회(AFL-CIO) 의장 리처드 트럼카가 한 말이다. 이 법은 미국에서 노동법이 제정된 1930년대 뉴딜 시대 이후 노동권 확대를 위한 가장 적극적인 법안이다.

이 법이 발효되면, 징계와 해고에 맞서 노조를 조직하려는 노동자를 보호하는 한편 노동권을 침해하는 사용자를 처벌하는 정부의 권한이 확대된다. 노조 결성을 막기 위해 사용자들이 노동자들에게 강제하는 모임 등도 불법화된다. 거대 플랫폼 회사들이 직원들을 독립 자영업자로 규정하는 데 제약을 가해서, 우버의 기사나 택배노동자들도 노조원이 되는 길을 열 수 있다.

조 바이든 민주당 정부는 총기 안전, 성소수자 권리, 이민, 투표권 확대 등 미국의 평등과 공정, 안정을 향한 12개의 법안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그중에서도 이 법은 최저임금 인상법과 함께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사회 지형 개조를 위해 가장 역점을 두는 의제다. 바이든 행정부는 10일 의회에서 통과된 1조9천억달러 규모의 사상 최대 경기부양안에 시간당 최저임금을 15달러(약 1만7천원)로 올리는 법안도 포함하려 했으나, 성사시키지 못했다. 이번 조직권보호법 역시 상원에서 통과될 전망은 크지 않다. 두 법 모두 공화당뿐만 아니라 민주당의 보수적 의원들이 반대하기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두 법이 관철되지 않으면, 내년 11월 중간선거에서 의제로도 내세울 계획이다. 이 법들에 대한 국민적 지지뿐만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저학력 백인 중하류층 사이에서도 지지가 높기 때문이다. 비영리단체인 전국고용법프로젝트의 조사를 보면,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 조지아 등 내년 중간선거의 격전지 선거구에서 유권자의 3분의 2가 최저임금 인상을 지지했다. 지난 대선 때 바이든을 지지한 유권자의 82%, 대학교육을 안 받은 백인의 63%가 지지했다. 저학력 백인층은 트럼프의 주요 지지층이다. 트럼프 집권 이후 민주당 진영에서 일고 있는 ‘정체성 정치’ 극복 움직임이 배경이다.

민주당은 1960년대 린든 존슨 정부가 사회복지와 민권을 확대한 ‘위대한 사회’ 프로그램 이후 노동·임금·복지 등에서 뚜렷한 실적을 보이지 못했다. 오히려 1980년대 이후 로널드 레이건의 공화당이 주도하는 감세, 사회복지 축소, 정부 지출 삭감 등에 밀려왔다. 이에 민주당은 빌 클린턴 이후 젠더·인종·여성 등 소수자와 약자 문제에 비중을 두며 지지층을 확대하는 데 주력했다. 대중의 전반적인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이 부재한 가운데 소수자·약자 중심으로 차이를 강조하는 정책은 ‘정체성 정치’라고 지적받았다.

이는 보수층과 공화당이 내세운 ‘역 정체성 정치’에 말려들었다는 비판을 받는다. 사회경제적 지위나 사회적 관심이 상대적으로 열악해진 저학력 백인 중하류층이 백인 정체성을 강조한 트럼프 쪽으로 지지를 바꾼 것이다.

현재 연방 차원의 최저임금은 7.25달러다. 인플레를 고려한 현재 실질가치 기준으로 보면, 1968년의 12달러가 최고치였다. 그 뒤로 무려 30% 넘게 하락했다. 성인이 가족을 부양하는 최저생활임금은 시간당 16달러로 평가된다. 미국 노조 조직률은 1950년대 노동자의 3분의 2에서 현재는 10%로 떨어졌다. 특히 갈수록 늘어나는 거대 플랫폼 회사들의 노동자들은 노동자로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노조가 인종·젠더와 상관없이 고임금뿐만 아니라 안전한 작업환경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은 연구로 검증됐다.

대중 전반을 포괄하는 사회경제적 의제로 노선 전환을 주도하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경기부양안 표결 때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인상하는 내용을 포함시키려다 11시간50분이라는 역대 최장 표결 시간 기록을 세우게 만들었으나,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팀 라이언 하원의원은 조직권보호법 통과 찬성 연설에서 “닥터 수스는 그만 말하고, 미국 노동자들을 위해 우리와 함께 일하기 시작하자”고 일갈했다. 인종 정체성 왜곡 논란에 스스로 출판을 금지한 유명 작가 닥터 수스의 그림책 논란도 좋지만, 인종과 젠더를 불문하는 전체 노동자의 공동 이익을 위해 힘쓰자는 말이다.

바이든 정부는 최저임금과 노동법 개정을 시작으로, 노동자·중산층·진보층·약자를 두루 아우르는, 특히 멀어졌던 백인 중하류층을 다시 모으는 ‘21세기 뉴딜’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