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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영국에 인종차별 없다고?…전문가들 “완전한 엉터리”

등록 2021-04-20 08:01수정 2021-04-20 10:01

유엔인권이사회 소속 전문가들 논평 발표
UN “2021년에 이런 보고서는 충격”
지난해 6월7일 영국 브리스틀 시민들이 노예무역상 에드워드 콜스턴 동상을 강물 속으로 던져 넣고 있다. 브리스틀/AP 연합뉴스
지난해 6월7일 영국 브리스틀 시민들이 노예무역상 에드워드 콜스턴 동상을 강물 속으로 던져 넣고 있다. 브리스틀/AP 연합뉴스

“제도적 인종차별에 대한 상당한 연구와 증거에도 불구하고 백인우월주의를 정상화하려는 시도.”

유엔 인권 전문가들이 최근 ‘영국에는 제도적 인종·민족 차별이 없다’는 취지로 영국 정부가 발표한 보고서를 강력 비판했다. 왜곡된 발표가 인종차별을 오히려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였다.

유엔 전문가들 “살아있는 현실 거부”

유엔인권이사회(UNHRC)에 소속된 아프리카계 전문가 워킹그룹은 19일(현지시각) 낸 성명에서 “인종주의와 고정관념을 사실로, 또 왜곡된 데이터와 잘못된 통계·연구를 결정적인 발견으로 재포장한 보고서를 2021년에 읽는다는 것은 너무나 충격”이라며 “이 보고서는 백인우월주의를 합리화하기 위해 의심스러운 증거를 인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영국 정부의 ‘인종과 민족 격차 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소수 인종 학생들의 학업 성적 등을 근거로 영국에 체계적 인종차별은 없다는 250여쪽 분량의 보고서를 내놔,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비판을 받았다.

유엔 전문가들은 “이러한 시도는 제도적 인종주의에 대한 상당한 연구와 증거에도 불구하고 과거 잔혹 행위 및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모두의 공헌을 인정할 기회를 불행하게도 회피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제도화하고 구조적인 차별적 관행보다는 가족 구조가 흑인들 경험의 중심적 특징이라는 제안은 아프리카계 사람들이나 영국 내 다른 소수 민족의 살아있는 현실을 거부하려는 현실감 없는(tone-deaf) 시도”라고 비판했다.

영국 정부 보고서, 어떤 내용이길래

영국 정부는 지난해 5월 미국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 폭력으로 사망하면서 인종차별 철폐 요구가 커지자 이 위원회를 만들어 보고서 작성을 지시했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보고서를 높이 평가하며 보고서의 24개 권고 사항을 정책 수립 때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 위원회는 보고서에서 인종보다 출신 지역, 가족 구성, 사회 계급 등이 더 큰 영향력을 끼친다며 영국이 인종차별을 완전히 없애지 못했지만 “백인이 다수인 다른 나라들의 모범이 될 만하다”고 결론지었다. 보고서는 이런 평가의 근거로 소수 인종 학생들의 학업 성적이 백인 학생들과 같거나 더 나은 점, 소수 인종과 백인의 임금 격차가 평균 2.3% 수준에 불과한 점, 법조계와 의료계 같은 전문직의 인종 다양성이 확대된 점 등을 꼽았다.

당시 이런 결론에 대해 영국 정치권과 학계, 노동계 등은 보고서 내용이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비판했다. 버밍엄시티대학의 유명 흑인 연구자 케힌데 앤드루스 교수는 보고서가 “영국의 인종주의를 이해하려는 진지한 노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완전한 엉터리라고 평했다. 인종 평등 관련 싱크탱크인 ‘러니미드 트러스트’의 핼리마 베이검 소장은 “인종차별이 없다는 말을, 출산 도중 사망 확률이 백인보다 4배 높은 흑인 산모에게 해보라. 코로나19로 숨진 전체 의료진의 60%에 이르는 소수 인종 의료진 앞에서도 해보라”고 비판했다. 노동당의 여성과 평등 담당 ‘예비(그림자) 각료’인 마샤 디코더바 의원은 “어떻게 노예무역을 미화하는 내용의 보고서가 나왔는지 정부는 즉각 해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현준 기자, 신기섭 선임기자 haojune@hani.co.kr

▶관련 기사 : [세계의 창] 인종차별, 영국이 백인 국가들의 모범인가/티모 플렉켄슈타인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99056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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