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아펙) 정상회의 참석차 출국해 베트남과 캄보디아를 순방 중인 노무현 대통령(왼쪽)이 17일 오후 베트남 하노이 숙소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 앞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하노이/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19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막을 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아펙) 정상회담에서는 중국의 ‘뚝심’이 돋보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일본은 북한을 강력히 압박하는 내용의 문서화된 성명 채택을 요구했으나, 중국의 거센 반대로 무산됐다.
아펙 소식통들에 따르면, 성명의 원안을 제출한 나라는 미국과 일본, 중국이었다. 미국안은 문서 형식의 특별성명.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의 이행을 참가국들에게 요구하는 동시에, 북한에 결의안 준수와 핵 포기를 위한 구체적 조처를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일본 또한 미국안과 유사한 내용에 납치문제를 끼워넣은 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중국은 북한을 비난하는 표현이 전혀 없는 대신, 곧 재개될 6자회담에 대한 지지에 무게를 둔 안을 제시했다. 중국은 6자회담 재개를 앞두고 북한을 자극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내세워 미·일의 양보를 압박했다. <교도통신>은 외교 소식통의 말을 따, 중국 쪽은 “우리는 구두성명 이외에는 어떤 것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한국과 러시아, 북한에 가까운 일부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중국에 동조함으로써, 구속력이 없는 구두성명을 발표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아펙 회의 의장국인 베트남은 미국의 주장 가운데 안보리 결의 이행 부분만 포함시키고 북한에 대한 핵 포기 요구에 대한 직접 언급은 삭제했다. 한 베트남 관리는 “베트남 또한 처음부터 중국의 견해를 지지했다”며 “우리는 6자회담이 붕괴되는 결과를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상회담이 끝난 뒤 일본 외무성의 한 고위관리는 “아펙에서 중국의 힘은 엄청났다”고 평가했다. 한 동남아 나라의 외교 소식통은 “미국과 일본만 법석을 떨었다”고 논평했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