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국무총리가 내년 2월 열리는 베이징겨울올림픽에 북한의 참가가 허용되면 “남북 고위 당국자가 자연스레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마지막 정상회담’의 유력 후보지로 베이징을 염두에 놓고 있는 정부의 속내를 읽을 수 있다.
김 국무총리는 1일 공개된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2022년 말까지 북한의 올림픽 참가자격을 정지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지난달 초 결정과 관련해 “(북한에 대한) 관대한 조처를 바란다. 그렇게 되면(북한이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게 되면) 남북 고위급 당국자가 자연스럽게 베이징에서 만날 수 있다.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국제올림픽위원회와 의사소통을 하겠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남북 고위 당국자’가 누구인지 명확히 밝히진 않았지만, 남북의 정상인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을 의식한 발언이라고 해석된다. 신문도 내년 5월로 예정된 “문 대통령 임기가 끝나기 전에 열리는 베이징올림픽을 북한 문제를 움직일 수 있는 기회로 삼으려는 (한국 정부의) 의도”가 읽힌다고 평했다. 북한이 올림픽에 참가하면 김정은 위원장도 ‘혈맹’인 중국의 수도에서 개최되는 올림픽 개막식에 참가하는 결단을 내릴 수 있고, 자연스레 남북 정상이 만나게 될 수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1일치에 실린 김부겸 국무총리 인터뷰.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에도 ‘인류 평화의 상징’인 올림픽을 꽉 막힌 한반도 정세를 돌파하는 데 적극 활용하려는 모습을 보여왔다. 정부는 2018년 2월 열린 평창겨울올림픽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기적적으로 시작되는 데 큰 구실을 했다고 보고, 지난 7~8월 열린 도쿄올림픽과 내년 2월로 예정된 베이징올림픽을 현재의 장기 교착 국면을 벗어날 수 있는 ‘계기’로 삼기 위해 처절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왔다. 북한 역시 지난 25일 ‘김여정 담화’에서 “북남 수뇌상봉”을 언급하는 등 묘한 여운을 남긴 바 있다.
한편, 김 총리는 4일 일본의 100대 총리로 취임하게 되는 기시다 후미오 신임 자민당 총재를 향해 “양국 관계의 발전에 큰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또 최악의 상태로 방치돼 있는 양국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한-일 간 인적 왕래를 재개할 수 있는 안을 검토해 일본에 제안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dand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