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새들’의 경쟁으로 불리는 베이징 겨울올림픽 스키점프 남자 노멀힐 개인전에서 6일 금메달을 딴 고바야시의 점프 모습. AFP 연합뉴스
두 번째 점프 마지막 선수로 나온 일본 고바야시 료유(26)는 하늘로 날아 올랐다. 1차 시기 104.5m에 이어 99.5m를 날아 착지한 뒤 승리를 예감하며 오른손 주먹을 번쩍 들었다. 금메달이었다.
‘인간 새’들의 경쟁으로 불리는 베이징 겨울올림픽 스키점프 남자 노멀힐 개인전에서 6일 금메달을 딴 고바야시는 형을 얼싸안고 “너무 좋다”를 연신 외쳤다. 일본 스키점프 개인전 금메달은 1998년 나가노 올림픽 이후 24년 만이고, 노멀힐 종목에선 1972년 삿포로 올림픽 이후 50년 만이다.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 일본의 첫 금메달이기도 하다.
고바야시가 금메달을 따는 순간 방송에서 해설자로 생중계를 하고 있던 스승 가사이 노리아키(49) 역시 환호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너무 기쁘다. 금메달을 따다니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40살을 넘긴 나이에 라지힐 개인전에서 은메달과 단체전 동메달을 딴 가사이 노리아키 모습. 연합뉴스
가사이가 격한 반응을 보인데는 나름의 사연이 있다. 일본 체육계 뿐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살아 있는 레전드’라 불리는 가사이는 1992년 알베르빌을 시작으로 2018년 평창까지 8번이나 올림픽에 출전했다. 나름 선전을 거듭했지만, 유독 금메달만은 목에 걸지 못했다.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 때는 단체전 은메달을 땄고, 20년 만인 2014년 소치에선 40살을 넘긴 나이에 라지힐 개인전 은메달과 단체전 동메달을 따냈다. 계속되는 올림픽 도전에 대해 가사이는 “아직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 끊임 없이 노력해 금메달을 따겠다”고 밝혀왔다. 올림픽 8회 출전은 이번 올림픽에 나온 독일 스피드스케이팅 여자대표팀 클라우디아 페히슈타인(50)과 겨울올림픽 최다 출전 공동 1위다.
가사이는 금메달을 따내진 못했지만, 금메달을 딸만한 재목을 알아보는 눈을 갖고 있었다. 9년 전 일본 삿포로시 대회에서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인 고바야시를 보자마자 확신이 들었다. 뛰어난 운동 신경, 스키 타는 법, 최적의 공중 자세를 보며 월드컵 남자 최다인 53승을 자랑하는 세계적 스키점프 선수 그레고어 슐리렌차워(오스트리아) 모습이 떠올랐다. 선수 겸 감독인 가사이는 고바야시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자신의 소속팀으로 스카우트했다. <요미우리신문>은 “라이벌이기도 한 가사이는 월드컵 17승 등 자신의 경험에서 얻은 노하우를 제자 고바야시에게 아낌없이 알려줬다”고 전했다. 8번 도전에도 가질 수 없었던 금메달은 제자 고바야시의 차지가 됐다. 가사이는 “행복하다”며 웃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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