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물가로 생활에 부담을 느끼는 직원들을 위해 임금을 올리고 ‘인플레이션 수당’을 도입하는 일본 기업들이 늘고 있다. 최근 임금 인상에 나선 일본 대형 아이티(IT) 유통업체인 오오츠카상회 누리집 갈무리.
치솟는 물가로 생활에 부담을 느끼는 직원들을 위해 임금을 올리고 ‘인플레이션 수당’을 도입하는 일본 기업들이 늘고 있다. 최근 물가 상승으로 임금 인상에 인색했던 일본 기업도 달라지고 있는 모습이다.
2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을 보면, 유리제조 업체 아사히글라스(AGC)는 지난달 평균 6307엔(6%)의 임금을 인상했다. 전 직종 대상으로 임금이 오른 것은 2008년 이후 14년 만이다. 일본 대형 아이티(IT) 유통업체인 오오츠카상회도 지난달부터 정규직 기본급을 일률적으로 1만엔(2.72%) 인상했다. 촉탁 사원과 계약직 기본급도 정규직과 마찬가지로 2.72% 올릴 예정이다. 전 직종 대상 임금 인상은 이 기업이 상장된 2000년 이후 처음이다. 스미토모화학도 지난달 4년 만에 평균 3.7%, 반도체 기업인 디스코도 임금을 8.5% 올렸다.
신문은 “기업들의 잇따른 임금 인상 배경에는 큰 폭으로 상승한 물가가 영향을 줬다”고 지적했다. 일본 총무성이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지수(신선식품 제외)는 에너지·식품 등의 가격 인상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 올랐다. 이는 2014년 12월(2.5%) 이후 7년 7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는 물가 상승에 따른 올해 가계부담(2인 가구 이상)이 약 10만엔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물가 상승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일시금을 지급하는 기업도 등장했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사이보즈는 ‘인플레이션 특별수당’으로 일본 내 근무자에게 7~8월 최대 15만엔의 일시금을 순차적으로 지급하고 있다. 이 회사는 자료를 내어 “올해 전기·식품·생활용품 등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품목에서 물가가 오르고 있다. 직원들이 생활에 불안을 느끼지 않고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수당을 지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가전제품 판매 대기업인 노지마도 7월부터 정규직과 계약직을 대상으로 ‘물가 상승 응원수당’ 명목으로 매달 1만엔을 지급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임금 인상이 물가 상승을 따라잡지 못하면 소비가 위축돼 기업 수익이 나빠지는 악순환에 빠질 위험이 있다. 임금 인상은 계속성과 안전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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