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시각) 일본 도쿄에서 한 남성이 엔달러 환율과 주가지수를 보여주는 전광판 앞에 서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지난 40여일 동안 엔화 가치의 폭락을 막기 위해 투입한 금액이 한국돈으로 무려 90조원에 달했다. 역대 최대 수준의 시장 개입 금액이다.
31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 등이 일본 재무성의 환율개입 실적을 바탕으로 한 보도에 따르면, 일본은 9월29일부터 10월27일까지 한 달 동안 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의 폭락을 막기 위해 6조3499억엔을 투입했다. 이는 역대 최대 수준의 시장개입 금액이다.
일본은 앞선 9월22일에도 강달러로 엔-달러 환율이 145엔 수준까지 치솟자 약 24년 만에 엔화를 사고파는 시장개입을 단행했다. 이때 투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돈까지 합하면 총액이 9조1881억엔(약 88조4000억원)에 달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9월22일 개입분을 합하면) 자료가 남아 있는 1991년 4월 이후 시장개입에 사용된 전체 금액(4조8793억엔)을 넘는다”고 설명했다.
재무성의 자료를 바탕으로 언론은 10월21일 일본 당국의 시장개입 규모가 5조5000억엔 수준일 것으로 예상했다. 당시 엔·달러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1달러당 150엔 수준을 넘어선 상황에서 약 1시간 사이에 7엔 정도 환율이 떨어졌다. 일본 재무성은 시장 개입 사실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일본 당국이 개입 여부를 알리지 않고 개입한 이른바 ‘복면 개입’을 했을 것이라 보고 있다.
비슷한 현상은 사흘 뒤인 10월24일에도 나타났다. 이날 오전 엔-달러 환율이 1달러 149엔대 후반에서 145엔대로 순식간에 4엔가량 급락했다. 시장에선 이때도 정부가 다시 ‘복면 개입’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엔화 약세에 영향을 주는 달러화 강세 등 거시적 요인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상황이다. 일본의 경우 주요국과 달리 금리인상 기조를 택하지 않는 것도 엔화 약세에 영향을 준다. <블룸버그>는 “미국과 일본의 금리 격차가 계속된다면 달러에 대한 엔화의 하방 압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이 금리인상 속도 조절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토추 연구소의 이코노미스트 다케다 아츠시는 “미국의 연방준비제도가 금리인상 정점에 다가가고 있다는 신호가 엔화에 대한 압력을 덜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