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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반도체는 ‘경제안보’…일본 전역에 생산 기반 만들 것”

등록 2023-02-15 09:00수정 2023-02-15 14:20

[인터뷰] 오기노 요헤이 일본 경제산업성 디바이스·반도체전략실장
오기노 요헤이 일본 경제산업성 디바이스·반도체전략실장. 도쿄/김소연 특파원
오기노 요헤이 일본 경제산업성 디바이스·반도체전략실장. 도쿄/김소연 특파원
“일본 반도체 산업에 있어 지금이 ‘최대이자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

일본 반도체 산업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오기노 요헤이 일본 경제산업성 디바이스·반도체전략실장은 지난 3일 도쿄 지요다구 경산성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만나 현재 일본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을 가감 없이 설명했다. 그는 “반도체 기술이 구조적 전환기를 맞고 있어 일본에겐 큰 기회”라면서도 “일본이 강자였던 30~40년 전 우수한 인재들이 은퇴를 앞두고 있는 만큼 마지막 기회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나아가 “이번에 추진되는 일본의 반도체 전략은 단순히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차원이 아니라 ‘경제안보’의 관점에서 반도체가 일본에서 생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어떤 환경을 만들어 갈 것인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2021년 6월 ‘반도체·디지털 산업전략’을 발표한 뒤 반도체 산업 부활을 위해 적극 움직이고 있다.

“2020년쯤부터 에너지·식량 등 전 세계적으로 경제 안보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반도체 역시 일본에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경제 안보’의 관점에서 굉장히 중요하게 다뤄졌다. 이번 전략은 단순히 일본 반도체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차원이 아니다. 일본에서 반도체가 공급(생산)될 수 있도록 어떤 식으로 협력할 것인가, 어떤 환경을 만들어 갈 것인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일본은 미국(IBM)·대만(TSMC)·유럽(IMEC) 등 반도체 강국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반도체의 서플라인 체인(공급망) 구축은 일본 홀로 할 수 없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겠지만 어떻게 다른 나라와 협력할지가 굉장히 중요해질 것이다. 서로 강점과 약점이 있는 만큼, 보완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아직 구체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과 협력도 충분히 가능하다. 가치관을 공유하는 동맹국·우호국이 함께 해 나갈 수밖에 없다. 공급망을 연결하기 위해 정보공유, 인력 양성뿐 아니라 일-한이 할 수 있는 구체 프로젝트가 있다면 충분히 협력 대상이 될 수 있다.”

―반도체를 둘러싼 미-중 대립은 두 나라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일본에겐 큰 과제다.

“미-중이 분단되는 것이 위기인 것은 맞다. 다른 한편 이 기회를 통해 공급망을 강화해야 한다는 과제가 생겼다. 이것이 일본에선 자국 내에서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게 작동하고 있다. 위기이면서 기회인 이 상황에 제대로 대처해 나가야 한다.”

―구마모토현에 건설되고 있는 대만 티에스엠시 공장에서 2024년 12월부터 12~28나노 ’시스템(일본에선 ‘로직’으로 부름) 반도체’가 생산된다. 티에스엠시 기술력에 견줘 성능이 낮다.

“12~28나노는 지금 일본에서 가장 필요한 반도체다. 일본엔 스마트폰이나 고성능 컴퓨팅(HPC) 관련 큰 기업이 없다. 카메라(소니)·자동차(도요타) 등에 필요한 반도체다. 일본에선 40나노가 자국 내에서 생산되는 최첨단 반도체였는데, 티에스엠시 유치로 12나노까지 공급이 가능해졌다.”

―일본 대기업 8곳이 함께 만든 ‘라피더스’가 최첨단(2나노) 반도체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는 티에스엠시, 삼성전자에 이어 최근 인텔까지 경쟁이 치열하다.

“라피더스가 경쟁력을 가지려면 과감한 투자, 우수한 인력과 판매처 확보가 필요하다. 쉽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정부는 지금까지와 다른 차원의 접근을 하려 한다. 이른바 ‘도전’이 있는 곳에 대담하게 지원을 하면서 분위기를 바꿔 나갈 생각이다. 1980년대와 비교하면 반도체 산업이 약해진 것은 맞지만, 40년 이상 역사를 통한 지식과 기술이 축적돼 있는 것은 강점이다. 반도체 소재·장비·부품 등에서 세계적으로 우수한 기업이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도 큰 힘이다. 인력 확보는 반도체 현장에 남아있는 50~60대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새 인재를 키워나가려 한다.”

―반도체 전략을 통해 일본 정부가 최종적으로 추구하는 목표는.

“가장 중요한 목표는 일본 전역에서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통해 반도체 산업도 자연스럽게 커질 수 있다고 본다. 현재 일본의 반도체 매출이 4조엔인데, 10년 뒤에는 2배 이상 확대되는 등 성과가 나오길 기대한다. 일본 반도체 산업에게 지금은 ‘최대이자 마지막 기회’이다. 반도체 기술이 ‘무어의 법칙’(반도체의 집적회로 성능이 2년마다 2배로 발전)대로 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 구조적 전환기에 돌입했다고 생각한다. 로직 분야의 후발 주자인 일본에게 큰 기회다. 마지막이라고 한 것은 인력의 문제다. 일본이 반도체 강자였던 40여년 전 반도체 산업에 종사했던 우수한 전문가들이 은퇴를 앞두고 있다. 이들을 지금 활용하지 않으면 축적된 역사가 사라진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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