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베이징/AFP 연합뉴스
중국이 반도체 등 첨단 산업의 ‘글로벌 공급망’에서 자신을 몰아내려는 미국에 반격하기 위해 ‘희토류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이 ‘탈탄소 사회’ 이행에 꼭 필요한 전기자동차나 풍력발전기 모터에 쓰이는 희토류 자석의 공급망을 통제하면 전세계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5일 중국 정부가 산업기술의 수출규제 품목을 담은 ‘중국 수출규제·수출제한 기술목록’ 개정안에 고성능 자석을 만드는 데 필요한 네오디뮴, 사마륨 코발트 자석의 ‘제조 기술’을 수출 금지 대상에 추가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의견수렴 절차를 밟기 위해 공개된 상태이고, 올해 안에 확정될 전망이다. 중국은 2010년 9월 일본과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갈등 때도 희토류 카드를 활용했다.
중국은 이 같은 조처를 취하는 이유로 미국이 반도체 등의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몰아낼 때 내건 명분과 똑같이 ‘국가안보’를 내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희토류를 이용한 고성능 자석의 원료 채굴, 합금, 자석 제조 등 모든 공정을 자국 내에서 완성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춘 유일한 국가다.
중국이 제조 기술의 수출 금지를 사실상 결정한 희토류 자석은 전기차뿐 아니라 항공기·로봇·휴대전화·에어컨·무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사용된다. 희토류의 일종인 네오디뮴 자석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중국이 84%, 일본이 15%, 사마륨 코발트 자석은 중국이 90% 이상, 일본이 10% 이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2021년 1월 취임 직후 △반도체 △대용량 배터리 △핵심 광물 △의약품 등 4가지 핵심 물품의 공급망을 정밀 조사한 뒤, 지난해 8~10월 ‘칩과 과학법’(반도체법),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을 만들고, 반도체 수출통제 조처 등을 잇따라 쏟아냈다. 반도체·배터리 등의 생산 시설을 미국으로 끌어들이고, 중국을 배제하려 시도한 것이다.
이번 조처는 이에 대한 중국의 대응이라 해석할 수 있다. 자신들이 가장 강점을 갖는 희토류를 활용해 미국의 약점을 찌른 모양새다. 중국이 이 기술의 수출을 금지하면, 자석 제조업체가 없는 미국·유럽 기업들의 신규 진입이 어려워져 대중 의존도가 높아진다. 자석업계 관계자는 신문에 “국제사회가 목표로 하는 탈탄소 사회는 (모터로 움직이는) 전기차 등 ‘전기화’를 추진하는 것”이라며 “중국이 자석 공급망을 통제하면 환경 분야 전체를 장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고성능 자석을 경제성장의 핵심이자 국가안보와 관련된 전략물자로 파악하고 있다. 신문은 “시 주석이 2020년 내부 회의에서 국제사회 공급망에서 대중국 의존도를 높이라고 지시했다”며 “자석 제조기술 수출 금지도 그 일환”이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중국이 자신들이 가진 “환경 분야 핵심 기술을 자신들과 디커플링(분리)을 시도하는 미국과 유럽에 맞서는 ‘비장의 카드’로 삼겠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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