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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일본 의원, 오염수 방류 반대…“모래 섞어 고체 보관하자”

등록 2023-06-20 16:56수정 2023-06-21 11:59

[인터뷰] 아베 도모코 일본 입헌민주당 중의원
“바다는 공유재산…주변국 이해 있어야 한다”
아베 도모코(74) 일본 입헌민주당 중의원. 도쿄/김소연 특파원
아베 도모코(74) 일본 입헌민주당 중의원. 도쿄/김소연 특파원

“지금 도쿄전력이 하듯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로 오염수의 방사성 물질을 법적 기준치 이하로 낮춘 뒤 시멘트·모래 등을 섞어 고체로 보관하면 된다. 이 콘크리트는 나중에 방조제 등으로 재사용할 수 있다.”

아베 도모코(74) 일본 입헌민주당 중의원은 코앞으로 다가온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바다 방류와 관련해 “바다는 공유재산”이라며 오염수를 고체 형태로 만들어 일본 내에 두다가 재활용을 하자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장기간 방류가 이뤄졌을 때, 바다 환경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깊은 연구도 하지 않았다. 방사성 물질을 바다에 버려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일본 초당파 의원모임인 ‘원전제로·재생에너지100모임’에서 활동하며 오염수 방류의 문제점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는 아베 의원의 인터뷰는 지난 15일 도쿄 지요다구 중의원 회관에서 이뤄졌다. 한국은 ‘오염수’, 일본은 ‘알프스 처리수’로 부르고 있는 것과 관련해 아베 의원은 알프스로 처리해도 여전히 오염수라며 ‘알프스 처리 오염수’(이하 오염수)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이달 중 국제원자력기구에서 최종보고서가 나오면, 이를 근거로 오염수를 올여름께 바다로 방류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가 결정하고, 일본 원자력위원회, 국제원자력기구가 괜찮다고 해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바다는 공유재산이고, 넓게 연결돼 있다. 바다 방류를 우려하는 사람들과 주변 국가들의 이해가 있어야 한다. 국제협약(런던협약·의정서)에는 바다에 방사성 물질을 투기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국제원자력기구 일반안전지침(GSG-8)에는 ‘그 행동으로 개인과 사회에 예상되는 이득이 그 행동으로 인한 해악보다 커야 한다’는 원칙이 있다. 오염수 방류가 100%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 어민들, 태평양 도서국 등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익은 없고 위험이 존재한다면 바다 방류는 하면 안 되는 것이다. 국제원자력기구는 이 부분을 전혀 검토하지 않았다.”

―도쿄전력은 알프스로 방사성 물질을 법적 기준치 이하로 낮추고, 제거되지 않는 삼중수소를 바닷물로 희석해 방류하면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후쿠시마 제1원전은 (2011년 3월) 사고가 난 원자로이기 때문에 세슘·스트론튬 등 온갖 방사성 물질이 오염수에 포함돼 있다. 경제산업성과 도쿄전력은 희석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 얼마나 많은 양의 방사성 물질을 바다로 버리게 되는지 총량에 대해선 아무런 검증을 하지 않는다. 기준치 이하로 낮추고 희석을 한다고 해도 오염수의 양이 거대하기 때문에 방사성 물질의 총량을 무시할 수 없다. 방사성 물질 측정 핵종도 64개에서 30개로 축소됐다. 위험을 평가하려면 최대한으로 확인해야 한다. 일본 정부와 국제원자력기구는 바다 방류가 장기간 이뤄졌을 때 환경이나 인체에 주는 영향에 대해서도 깊은 연구를 하지 않았다. 일본이 후쿠시마 제1원전에 대해 2051년 폐로(원전 해체)를 목표로 하지만, 이것도 가능하지 않다. 폐로가 될 때까지 오염수는 계속 발생한다.”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탱크에 보관 중인 방사성 물질 오염수. AP 연합뉴스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탱크에 보관 중인 방사성 물질 오염수. AP 연합뉴스

―오염수 안전성과 관련해 알프스의 성능도 쟁점이다.

“알프스의 성능을 확인하기 위한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 오염수가 보관된 1천개가 넘는 탱크 중 시료를 채취해 64개 핵종을 분석한 것은 극히 일부분이다. ‘K-4, J1-C, J1-G’ 등 3개 탱크군에 대해서만 분석이 이뤄졌다. (도쿄전력에 확인을 해보니) 더 큰 문제는 이 탱크군에서 시료를 채취할 때 교반(균질하게 섞는) 작업도 없었다. 상대적으로 방사성 물질 농도가 옅은 탱크 윗부분에서 시료를 채취했다. 알프스 성능을 확인하기 위한 자료를 신뢰할 수 없다는 얘기가 된다. 이것은 속이는 행위다. 도쿄전력은 오염수를 방류하기 전 핵종을 측정할 때 교반을 할 예정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 지난달 23~24일 후쿠시마 제1원전을 방문한 한국 시찰단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64개 핵종의 알프스 입·출구 농도를 분석한 원자료를 확보한 것을 성과로 꼽았는데, 이 자료를 두고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 것이다.)

―오염수는 어떻게 처리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방사성 물질은 환경이나 인간을 보호하기 위해 나오지 못하게 가둬야 한다.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 도쿄전력이 하듯 알프스로 오염수를 여러 번 여과시켜 방사성 물질을 최대한 제거하는 것이 필요하다. 방사성 물질을 기준치 이하로 낮춘 뒤 시멘트·모래 등을 섞어 고체로 만들어 보관하면 된다.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 콘크리트는 나중에 방조제 등으로 재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오염수처럼 원전 탱크에 계속 보관할 필요도 없다. 오염수 처리는 정치적 논쟁보다 환경을 지키기 위해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일본 국민의 60%가 오염수 방류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가 나왔다.

“후쿠시마 제1원전 주변은 난류와 한류가 만나는 굉장히 좋은 어장이다. 바다를 지키고 싶어하는 어민들은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여론이 60% 찬성이라고 하지만, 국민에게 올바른 정보가 제공되지 않은 가운데 일본 전체적으로 원전에 대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원전 수명이 60년 이상으로 늘어나는 등) 동일본 대지진 이전으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원전 사고가 과소 평가되고, 그날의 교훈을 잊게 만들고 있다. 또 국제적으로 바다 환경을 어떻게 지켜나갈 것인지에 대한 인식이 없다. 이건 그냥 삼중수소가 아니라 사고를 낸 원전에서 나오는 오염수라는 생각이 부족하다. 사고가 일어난지 12년이 지났지만 세슘 등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어류가 지금도 잡히고 있다. 끝없이 생물 농축이 일어나고 있다. 방사성 물질 해양투기를 해서는 안 된다. 좀 더 공개적이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오염수 문제를 논의해 나갈 생각이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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