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도권에 있는 유치원 모습. 누리집 갈무리
일본에서 현재 18살(2005년 출생)인 여성의 경우 평생 아이를 낳지 않고 사는 비율이 최대 42%에 이를 것이라는 추산이 나왔다. 적극적인 저출생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일본의 인구 감소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9일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의 추계를 인용해 현재 18살인 여성의 경우 50살이 되는 시점에 자녀를 낳지 않고 사는 ‘무자녀’ 비율이 최대 42%에 이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최소 기준으로는 24.6%, 평균으로 따지면 33.4%로 추산됐다. 인구학에서는 50살 되는 시점에 여성이 자녀가 없는 경우를 생애 무자녀로 추정한다. 남성의 경우에는 연령을 기준으로 생애 무자녀 비율을 추정하지는 않으나, 많은 나라에서 여성보다 남성이 실제 생애 무자녀 비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추산에 따르면 최악의 경우 현재 18살인 일본 여성 10명 중 4명 이상은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아이를 낳지 않고 살게 되는 셈이다. 연구소는 새롭게 추계한 이 수치를 올해 일본 장래인구추계보고서에 포함시킬 예정이다.
일본은 미국·유럽 등 다른 선진국과 견줘 ‘생애 무자녀’ 여성 비율이 높은 편이다. 현재 1970년(53살)에 태어난 여성의 경우 아이를 낳지 않고 무자녀로 사는 비율이 27%에 달했다. 미국, 스웨덴, 핀란드, 오스트리아, 폴란드 등은 10%대에서 20% 초반에 머물렀다.
일본 정부도 아동수당을 늘리고, 남성의 육아휴직을 확대하는 등 저출생 대책에 신경을 쓰고 있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저출생은 청년층의 저소득·불안정 노동, 육아에 대한 부담, 자아실현 중시 등 사회·경제·문화의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지난해 출생아 수가 77만1801명으로 처음으로 80만명이 무너졌다. 일본 합계출산율(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2005년 1.26명으로 떨어졌다가 2015년 1.45명까지 회복했지만 계속 하향세를 보이다가 코로나19 감염 확산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1.26명까지 하락했다.
‘평생 독신’ 비율도 늘어나고 있다. 일본의 ‘생애 미혼율’은 남성의 경우 2010년 20.1%에서 2020년 28.3%로 10년 사이 8.2%포인트 늘었다. 여성도 같은 기간 10.6%에서 17.8%로 7.2%포인트 증가했다. 생애 미혼율은 45~49살, 50~54살 미혼율의 평균값으로 계산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에선 의료와 요양시설에 입소할 때 신원보증인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 등 ‘가족이 있다’는 것을 상정한 사회제도가 많다”며 “연금·의료·간병·생활지원 등 모든 분야에서 가족이 없는 경우에도 불리한 상황이 되지 않도록 안전망을 어떻게 구축할지 조속히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도 젊은층을 중심으로 독신 비율이나 결혼을 했지만 ‘무자녀’를 유지하겠다는 가정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자료를 보면, 결혼은 했지만 아이를 가지지 않는 것에 동의하는 20대 비율이 2015년 29.1%에서 2020년 52.4%로 23.3%포인트나 늘었다. 독신에 동의하는 20대 비율도 같은 기간 27%에서 52.9%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한국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8명이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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