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직장인들이 4일 엔·달러 환율을 표시한 도쿄 한 증권사의 모니터 앞을 지나가고 있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일본은행이 금융완화를 고수하면서 엔화 가치 하락 기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올해 엔화 가치가 ‘1달러=160엔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5일 도쿄 외환시장 지표를 보면, 일본 엔화 가치는 지난해 10월 1달러에 150엔대를 넘어섰다가 올해 1월 120엔대로 일시적 ‘엔고’ 움직임도 있었지만 7월부터 130엔~140엔대로 엔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올 초와 비교하면 엔화 가치가 20엔이나 떨어진 셈이다. 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외환시장에선 엔화 가치가 한때 심리적 마지노선인 1달러에 150.16엔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1분이 채 안 되는 시간에 147엔 전반까지 시세 변동이 급변하면서 일본 정부·일본은행이 환율 개입을 단행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4~5일엔 140엔대 후반을 유지하고 있다.
엔화 가치가 하락하는 것은 미국 등 주요국과 일본의 금리 차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당분간 양국 모두 금융정책의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우노 다이스케 미쓰이스미토모은행 수석 전략가는 5일 아사히신문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긴축정책을 바꾸기 힘들고 일본은행도 당분간 금융완화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엔화 가치가 하락하기 쉬운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본은행이 움직이지 않으면 올해 엔화 가치가 (달러당) 160엔대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엔저에 따른 물가상승을 우려하며 강하게 경계감을 드러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원유나 엔 시세가 지금의 수준으로 진행될 경우 내년 1월 수입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플러스’(상승)로 돌아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휘발유 보조금 등 고물가 대책을 계속하고 있다. 엔저가 계속되면 시장 가격을 왜곡하는 ‘가격 억제책’이 끝없이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는 엔화 약세의 속도가 완만하더라도 개입을 단행할 수 있다는 뜻을 처음으로 내비쳤다. 간다 마사토 일본 재무성 재무관은 4일 기자들을 만나 정부 개입의 판단 기준인 ‘과도한 변동’과 관련해 “일방적인 움직임이 겹쳐져 일정 기간에 매우 큰 움직임이 있었을 경우”도 해당한다고 말했다. 간다 재무관은 “연초부터 보면 엔·달러의 경우 20엔 이상의 가격 폭이 있다. 이러한 것도 하나의 요소”라고 강조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하루나 일주일의 단기간 움직임뿐만 아니라 엔화 가치가 천천히 떨어지는 상황에서 환율 개입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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