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홋카이도로 끌려가 강제노동에 시달리다 희생된 조선인 유골 115위가 2015년 9월 유골 봉환 도쿄추도회가 열린 일본 도쿄 주오구 쓰키지 본원사(혼간지)에 도착하고 있다. 이들은 부산을 통해 한국에 입국해 경기 파주 용미리 서울시립추모공원에 안치됐다. 도쿄/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남태평양 ‘트럭섬’(현 미크로네시아 축 제도) 주변 바다에 방치된 태평양전쟁 당시 전몰자 유골을 수습하기 위해 조사에 들어갔다. 전쟁 당시 트럭섬에 대거 동원된 조선인들의 유골도 발견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최근 트럭섬 주변 바다를 조사하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23일 보도했다. 21~24일 일정으로 진행되는 이번 조사의 목적은 태평양전쟁 중 격침된 일본 함선에서 유골 수집이다. 22일엔 수심 38m 해저에 가라앉은 급유선 ‘신코쿠마루’ 선내에 잠수사들이 들어가 선실과 철골 사이에 있는 유해를 확인했다. 조만간 유골을 인양할 예정이다.
태평양전쟁 때 일본 해군 기지가 있었던 남태평양 트럭섬에는 1944년 2월17~18일 미 항모부대의 공격으로 40여 척의 일본 함선이 격침됐다. 현재 트럭섬의 공식 명칭은 ‘축 제도’(Chuuk Islands)로 미크로네시아 연방을 구성하는 4개 주 가운데 하나의 섬이다.
트럭섬은 많은 조선인들이 강제동원된 곳이기도 하다.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에 보존된 미군 전투일지를 보면, 1946년 트럭섬에서 일본으로 귀환한 1만4298명 중 조선인은 3483명에 달했다. 군인이 190명, 해군 노무자 3049명, 민간인 244명으로 나온다. 이 자료는 2017년 서울시가 서울대인권센터 정진성 교수 연구팀과 함께 조사한 내용이다. 트럭섬 주변 해역에서 유골 수습이 이뤄지는 만큼, 조선인 희생자 유골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일본 정부는 외국 바다에 있는 유골을 ‘수장’된 것으로 취급해 그동안 수습하지 않았었다. 1994년 일본 국회 답변에서 “바다 자체가 전몰자의 영면 장소라는 인식도 있어 (수습은) 원칙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다이버들이 바다에서 전몰자 유골을 촬영해 인터넷에 올린 사진이 확산되면서 일본 정부의 방침도 바뀌었다. 2016년 ‘전몰자유골수집추진법안’이 일본 국회를 통과해 유골 수습이 일본 정부의 책임이 됐고, 이후 후생노동성도 바닷속 유골 수습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요미우리신문은 “다이버들의 촬영 등은 유골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것이다. 후생노동성은 유골 수습에 속도를 낼 방침”이라고 전했다. 유족들도 “자녀 세대가 살아 있는 동안 디엔에이(DNA) 감정으로 신원을 특정해 유골을 돌려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은 군과 민간인을 합쳐 약 240만명이 외국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수습된 유골은 112만 구에 달하고, 이 가운데 약 30만구의 유골이 바닷속에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dand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