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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일, 패트리엇 미 수출 길 터 ‘우크라 우회지원’…한국과는 다른 방식

등록 2023-12-21 16:44수정 2023-12-22 02:30

일본 자위대가 북한의 탄도미사일 대비를 위해 도쿄 방위청 청사 내에 배치된 패트리엇(PAC)-3을 점검하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일본 자위대가 북한의 탄도미사일 대비를 위해 도쿄 방위청 청사 내에 배치된 패트리엇(PAC)-3을 점검하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상대의 미사일을 요격하는 ‘방어용 무기’인 패트리엇(PAC) 미사일을 미국 등에 수출할 수 있게 길을 터줄 예정이다. 미국은 이 무기를 받는 대신 자국 보유분을 우크라이나에 넘길 수 있어 한-러 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한 155㎜ 포탄 지원 때처럼 ‘우회 지원’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처리 과정에서 한·일이 보인 차이점도 적지 않아 러시아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에 관심이 쏠린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1일 기시다 후미오 정부가 무기 수출 등을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는 ‘방위장비 이전 3원칙’의 운용 지침을 개정해 타국의 특허를 통해 일본에서 만드는 미사일 등 ‘라이선스 완제품’을 보유국에 수출할 수 있게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동안 일본은 ‘완제품’이 아닌 ‘부품’만 수출할 수 있었다. 또 무기를 수입한 나라가 일본의 사전 승인을 받으면 제3국 수출도 가능해진다. 단, 우크라이나·이스라엘 등 현재 전쟁을 벌이고 있는 나라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운용 지침 개정을 통해 이뤄지는 가시적인 변화는 미국이 원천 기술을 갖는 패트리엇 미사일을 수출할 수 있게 된 점이다. 대상은 자위대가 북한 탄도미사일 요격용으로 배치한 패트리엇-3과 구형인 패트리엇-2다. 패트리엇은 미국 방위업체인 록히드마틴과 레이시온이 특허권을 갖고, 미쓰비시중공업이 라이선스 생산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올해 안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이러한 내용을 결정할 예정이다.

일본이 미국에 패트리엇 완제품을 수출하기로 한 것은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의 방공망을 보강하기 위해 이 미사일을 대량 공급해 물량이 달리기 때문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패트리엇 수출은 미국의 요청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일본이 미국의 패트리엇 부족분을 메우면 미국이 우크라이나 등에 계속 지원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 한-러 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했던 155㎜ 포탄 ‘우회 지원’ 논란 때와 똑같은 상황이 발생한 셈이다.

하지만 한-일 간엔 적잖은 차이점도 눈에 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결정을 밀실에서 내린 한국과 달리 일본은 운용 지침 개정뿐만 아니라 국가안전보장회의를 통한 수출 결정 등 모든 절차를 공개적으로 하고 있다. 수출 대상이 공격 무기인 포탄이 아닌 방어 무기인 패트리엇이란 점도 큰 차이다. 또 무분별하게 수출 길을 튼 게 아니라 대상을 미국이 특허를 가지는 ‘라이선스 무기’로 한정했다. 미국을 통한 ‘우회 지원’ 논란은 피할 수 없지만,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로 직접 일본의 무기가 흘러가는 것을 차단하는 등 ‘형식적 명분’도 확보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에서 수출한 패트리엇이 미국을 거쳐 우크라이나로 넘어가지 않도록 미국 쪽에 철저한 관리를 요구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에 견줘 한국 정부는 상대의 인명을 직접 살상할 수 있는 155㎜ 포탄 수십만발을 불투명한 방식으로 미국을 통해 ‘우회 지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4일 “한국이 궁극적으로 모든 유럽 국가들을 합친 것보다 많은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공급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한 반발로 러시아는 9월 북-러 정상회담 등을 통해 양국 간 전략적 협력을 크게 강화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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