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한 외교 발언 주목…‘야스쿠니 참배’엔 신중
일본의 차기 총리가 확실시되는 아베 신조 관방장관이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아베 관방장관은 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이성적인’ 지도자로 평가하면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대미 직접 협상을 위한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의 이런 태도는 차기 총리 자리를 사실상 굳힌 만큼 주요 외교 현안에 좀더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뜻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아베 장관은 패전일인 8월15일에는 야스쿠니를 참배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아사히신문>이 23일 보도했다. 그는 측근 의원과 각계 인사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총재 선거에서 야스쿠니 문제를 쟁점화하지 않고 △참배 여부를 밝히지 않으며 △8월15일 참배는 집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8·15 참배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전례에 비춰, 8·15 참배를 강행하면 야스쿠니 쟁점화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아베는 자민당 간사장이던 2004년과 간사장 대리이던 지난해에는 8월15일에 야스쿠니를 참배했다.
아베가 총리 취임 뒤에도 야스쿠니 참배를 자제할 것인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그는 야스쿠니 신사의 봄·가을 대제 참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으며, 전몰자 추도는 이때가 더 적절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렇지만 현재 주변국과의 관계나 국내 여론을 고려할 때, 그가 총리가 되더라도 참배를 강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아베는 또 23일 요코하마시에서 한 연설에서 지난 2002년 북-일 정상회담 때 김정일 위원장을 만난 경험을 떠올리며 “그가 논리적으로 이야기하고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지도자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다시한번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난 5일 북한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북한이 무엇을 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논평들이 있지만, 북한은 예측 가능한 나라”라며 미사일 발사와 1993년 이후 지속돼온 핵문제, 북-일 정상회담 수용이 모두 미국과 직접 협상을 목표로 한 것이라는 인식을 나타냈다.
아베는 차기 총리의 강력한 대항후보였던 후쿠다 야스오 전 관방장관의 21일 불출마선언으로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그는 이미 자민당 의원 403명의 절반에 가까운 지지를 확보했으며, 후쿠다의 불출마로 지지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후쿠다가 총리 출마 의사를 접은 직접적 계기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보인다고 일본 언론들이 23일 보도했다. 후쿠다는 미사일 발사 직후 분위기가 급속히 대북 제재로 쏠리는 것을 우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출마해 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게 되면, 야스쿠니에 이어 대북 정책에서도 국론이 양분됐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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