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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일본 ‘왕따 자살예고 편지’ 현실화?

등록 2006-11-13 19:32

‘이지메’ 당하던 중학생 2명 스스로 목숨 끊어
일본에선 ‘왕따’(이지메)로 인한 자살이 줄을 이어, 왕따 문제가 또다시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문부과학상이 지난 7일 새벽 긴급기자회견까지 열어 이지메로 인한 ‘자살예고’ 편지를 공개하면서 전 사회적 대책을 호소했으나, 12일 중학생 2명이 목숨을 끊었다.

오사카에선 중1 여학생(12)이 “나는 자살합니다. 안녕, 목걸이는 언니에게 주세요”라는 짤막한 메모를 남기고 아파트 8층 자택의 베란다에서 밑으로 뛰어내려 숨졌다. 이 여학생은 키가 작고 몸이 약하며 운동을 아주 못했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친구들로부터 “꼬마, 꼬마”라고 놀림을 받는 등 이지메를 당해왔다. 학교에서 우는 모습도 친구들의 눈에 띄었다고 한다.

중학교에 들어와서는 이지메가 더 노골적이었다. 남학생들은 복도에서 몸을 구부려 이 학생의 키에 맞춘 뒤 옆에서 따라 걷는 식으로 놀렸다. 배구 시간에는 감당하지 못하는 이 여학생에게 토스를 집중시켜 골탕을 먹였다. 상급생 그룹에서 “걔는 무시해”라는 메일을 돌렸다는 증언도 나왔다. 가정 수업을 좋아한 이 여학생의 꿈은 과자 가게 주인이었다.

이날 사이타마에선 중3 남학생(14)이 집안 창고에서 목을 매 숨졌다. 유서는 남기지 않았지만, 학교 쪽은 이지메 때문인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이 학생은 사건 6일 전 동급생으로부터 돈을 요구받고 학교 상담원을 찾아가 상담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학교장이 이지메 사실을 은폐하거나 이지메 자살을 막지 못한 죄책감에서 자살하는 사례도 이어졌다. 12일 오후 기타규슈시의 한 시립초등학교 교장(56)이 인근 숲 속에서 비닐끈으로 나무에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이 교장은 5학년 학생들이 같은 학년 여학생의 돈을 갈취한 사실을 알고도 ‘아동 사이의 금전 트러블’이라고 교육위에 허위 보고했다. 보도를 통해 이지메 실태가 폭로되자 그는 기자회견을 통해 “태만해 대단히 죄송하다”고 사죄하고는 이튿날 목숨을 끊었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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