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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재무장’ 가는길 자신감도 재무장

등록 2006-12-26 18:06수정 2006-12-27 01:39

베스트셀러로 짚어본 2006년의 세계- 일본
베스트셀러로 짚어본 2006년의 세계- 일본
[베스트셀러로 짚어본 2006 세계] ② 일본
‘국가의 품격’ 등 국가주의 반영
고도성장기 향수 눈물샘 자극
양극화 ·고령화도 출판계 화두로

2006년 일본을 대표하는 유행어로 ‘품격’이란 단어가 뽑혔다. 에세이집 <국가의 품격>이 대박을 터뜨린 데서 비롯한 일이다. 수학자인 후지와라 마사히코 오차노미즈여대 교수가 쓴 이 책은 지난해 11월 말 발간 이후 232만부나 팔렸다. 올해 일본에서 가장 많이 팔렸다.

‘자랑스러운 나라’ 일본의 품격을 되찾자는 게 논지다. 일본 고유의 정신문화 회복을 지향점으로 제시했다. 강연을 정리·보완해 펴낸 이 책은 거칠고 극단적인 주장들로 넘쳐난다.

서구문명의 기틀인 논리와 합리성에 대한 비판이 책의 근간을 이룬다. 그런 만큼 치밀한 이론 전개를 통한 해법 모색과는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이 책이 대단한 반향을 낳았다는 사실은 ‘가치체계가 흔들리는’ 일본의 현재를 잘 보여준다.

일본 경제의 회복은 아직 다수의 체감 단계에 이르지는 못했다. 신자유주의 개혁 바람으로 고용불안이 일상화했다. 벤처 신화의 아이콘인 라이브도어 ‘호리에몬’의 몰락과 아파트 내진설계 조작, 잇따른 이지메 자살…. 일본 사회의 부정적 자화상이 어느 때보다 뚜렷한 한 해였다. <국가의 품격>은 ‘잃어버린 15년’과 함께 자부심을 상실한 지 오래인 일본인들에게 심리적 탈출구 구실을 했다. 일본의 자랑스러움을 한껏 내세움으로써 자신감을 갈망하는 대중의 마음속을 깊이 파고들었다. 복고적이며 국수주의 냄새가 풀풀 나는 이 책의 열풍은 일본의 전반적인 보수화, 국가주의 분위기 강화의 반영이기도 하다.

역시 자랑스런 일본을 부각한 아베 신조 총리의 정권구상집 <아름다운 나라로>와 요로 다케시 도쿄대 명예교수의 보수적 발언을 모은 <초 바보의 벽>이 20위권에 든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2006 일본의 베스트셀러
2006 일본의 베스트셀러


일본인이 지은 책으로는 두번째로 많이 팔린 <도쿄타워>는 애절한 모자의 정을 담담하면서도 재기 넘치는 필치로 그려내 독자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릴리 프랭키(필명)가 쓴 이 자전적 소설은 가난해도 마음은 부자였던 ‘일본의 어머니들’에게 바치는 헌사라는 점에서 ‘힘들지만 희망이 넘치던 옛날’에 대한 짙은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작품의 배경인 도쿄타워는 1960년대 일본 고도성장기의 상징이다.

2006년을 풍미한 또다른 열쇳말은 ‘격차’(양극화)다. 올해 본격적으로 불붙은 양극화 논란에 뛰어든 책이 수십 권에 이른다. <격차사회>는 양극화 연구의 선구자 격인 다치바나키 도시아키 교토대 교수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양극화 용인론’을 정면으로 반박하기 위해 쓴 것이다. 프리랜서 후쿠치 마코토의 <교육격차 절망사회>는 부모의 경제력과 교육소비 행태에 따라 자녀의 학력이 결정되는 현실을 세밀하게 파고들었다. 격차는 일본인들이 부정하고 싶은 현실을 응축적으로 드러내는 말이다. ‘1억 총중류’의 허상을 여지없이 깨부순다. 격차를 다룬 책들의 출간 바람은 일본의 자신감 회복을 부르짖는 책들의 인기와는 ‘동전의 양면’이라고 할 수 있다.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 또한 출판계의 화두였다. 뇌 기능 향상과 치매 예방을 내건 글자 베껴쓰기 책 <연필로 쓰는 심오한 좁은 길> 등 <연필로…> 시리즈가 100만부 이상 팔리면서 비슷한 종류의 책이 줄을 이었다. 고령화에 대한 체감지수를 한층 높여주는 현상이 내년부터 시작되는 단카이 세대(일본의 베이비부머)의 대량퇴직이다. 이를 앞두고 단카이 독자를 겨냥한 책과 잡지들의 출간도 봇물을 이뤘다.

평화국가 일본의 버팀목인 교육기본법과 헌법 개정의 기치를 높이 든 아베 정권의 출범은 서점가에도 파장을 몰고 왔다. 개정을 요구하는 우파 성향 책들의 대공세 속에서 평화헌법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헌법 9조를 세계유산으로>가 독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 눈길을 끌었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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