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의 갑작스런 사퇴 하루 만인 2일 강경우파 정치인인 아소 다로 자민당 간사장은 사실상 출마 의사를 드러내며 대세몰이에 나섰다. 아소 간사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자신이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 자기 나름의 생각은 가지고 있다. 그것을 실행하고 싶다”고 말해 출마할 뜻이 있음을 내비쳤다.
각종 신문의 여론조사에서 차기 총리로 가장 어울리는 정치인으로 아소는 1위를 달리고 있다. 반면 정권교체를 노리는 오자와 이치로 민주당 대표는 고이즈미 준이치로에게도 뒤져 3위에 그쳤다. 후쿠다 총리의 정치적 후견인인 모리 요시로 전 총리는 지난달 중순 텔레비전에 나와 “아소 간사장의 인기를 이용할 필요가 있다”며 아소에 대한 낙점을 공식화했다. 아소 간사장은 당내 기반 미약과 독선적인 정치 스타일로 총재선거 때마다 번번이 낙마했으나, 출마 4번 만에 자신의 외할아버지(요시다 시게루)와 장인(스즈키 젠코)처럼 총리의 자리에 등극할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자민당은 오자와 이치로 대표가 단독출마하는 다음달 21일의 민주당 대표선거를 의식해, 고이케 유리코 전 방위상 등 인지도가 높은 여성 정치인까지 출마시켜 흥행몰이에 나서려고 한다. 자민당은 총재선거 이후 새 내각이 뜬 뒤 지지율을 만회할 경우 여세를 몰아 조기 총선에 착수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자민당이 의도한 대로 열세에 놓인 지금 정국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아소 간사장이 총재에 선출된다고 해도, 1955년 창당 이후 잠깐을 제외하고 줄곧 집권당을 유지했던 자민당 최후의 총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선 당장 이번 사임을 둘러싸고 여론이 자민당에게는 극히 비우호적이다. 특히 전임 아베 신조 총리의 갑작스런 사임과 비슷한 방식으로 무책임하기 짝이 없게 총리직을 내던졌다는 데 비판이 터져나오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2일 사설에서 “2대에 걸쳐 이렇게 단기간에 정권을 내던진 것은 이상 사태이고 국익을 손상하는 행위이기도 하다”며 “과연 지금의 자민당에게 정권 담당 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아사히신문>은 1면 기명 칼럼을 통해 “인재, 정책을 포함해 이 당의 정권 담당 능력이 쇠퇴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낸 퇴진극”이라며 “민주당에게 정권을 물려주고 선거관리 내각에 의해 중의원 해산과 총선거에서 민의를 물어라”고 촉구했다. 보수적인 <요미우리신문>도 “후쿠다 총리의 사임으로 자민당의 지방조직에서 동요가 확산된다”고 전했다.
언론에 실린 일본 시민들의 비판의 목소리도 매서웠다. 도야마시에서 공예점을 운영하는 남성(56)은 “이제 자민당 정권이 시대의 변화에 따라갈 수 없게 됐다는 표시이다. 한번 정권교체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단언했다.
지난 8월1일 개각 이후 실시된 <아사히신문>의 여론조사에서 ‘지금 투표한다면 어디에 하겠는가’란 질문에 민주당(32%)이란 답변이 자민당(25%)보다 여전히 7%나 앞섰다. <마이니치신문> 조사에서도 ‘다음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 민주당 중 어느 쪽이 승리하길 바라는가’라는 질문에 민주당(46%)이 자민당(31%)을 크게 앞섰다. 도쿄의 외교소식통은 “자민당이 자신들이 위기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게 바로 위기”라고 진단하고 “지난해 참의원 선거에 패배한 이후, 말로는 위기라고 하면서도 실제 행동 양식은 여전히 파벌 이익 중심의 행태를 되풀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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