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자민당 일당체제 붕괴로 정당 유동화
아베·후쿠다·아소 등은 총리직 한해도 못넘겨
아베·후쿠다·아소 등은 총리직 한해도 못넘겨
2일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가 불과 8개월 만에 사임함으로써 최근 일본 정치의 특색인 총리 단명 현상이 다시 한번 나타났다. 일본에서는 1989년 이후 21년 사이에 총리가 14명이 나왔다. 그 이전 25년 동안인 64년부터 89년까지는 9명으로 한자릿수였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 이후에는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 아베 신조(1년), 후쿠다 야스오(1년), 아소 다로(1년) 등 모두 총리 자리에서 한 해를 넘기지 못했다.
일본 정치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의 배경으로 일본 정치의 유동화를 꼽고 있다. 90년대 이후 자민당 일당 체제가 사실상 무너지면서 일본 정치가 혼란기를 맞고 있다는 것이다.
권혁태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1955년 자민당 창당과 함께 탄생한) 보혁체제가 90년대에 무너지면서 정당 유동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 배경”이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자민당과 사회당 사람들이 각자 당을 뛰쳐나오는 등 정치인들 이합집산이 심해지면서 일본 정치가 혼란해지고 있다”며 “민주당은 당내에 정치적 색깔이 다양한 사람이 모여 있어 분란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말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연구원은 “고이즈미 이후 총리가 ‘선거의 얼굴’로 부각되면서 총리 지지율이 떨어지면 당내에서 사임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자민당의 지배력이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총리가 선거를 앞두고 ‘총알받이’가 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원덕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는 “고이즈미나 나카소네 야스히로(모두 총리 3번 역임) 전 총리같이 국민적 지지를 얻는 지도자가 없다”며 “총리의 리더십이 취약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더욱이 민주당은 오자와 이치로의 지분이 높은 정당이지만 오자와는 대중적 지지도가 낮은 모순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일본 정치가 군소정당이 난립하면서 극심한 혼란으로 접어들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진창수 연구원은 “자민당이 워낙 무력해져 있어 하토야마 이후에도 민주당이 장기집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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