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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일제 징집 보상’ 일본 야당만도 못한 한국 정부

등록 2013-08-20 20:32수정 2013-08-21 08:42

시베리아 억류 피해 유족 질의에
외교부 “한일협정으로 해소” 답변
일 야당 등은 “보상 입법 활동 계속”
“정부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돕기는 커녕 방해를 하는 꼴입니다.”

20일 시베리아 억류 피해자 문순남(작고)의 아들 문용식(53)씨의 목소리에는 허탈함이 진하게 묻어 있었다. 1924년생인 그의 부친은 식민지 시기 일본 육군에 강제 징집돼 만주의 관동군에 배치됐다가 소련의 참전과 함께 소련군의 포로가 됐다. 전쟁은 끝났지만 문순남은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소련이 부족한 노동력을 보충하려고 만주에서 포로로 잡은 일본인과 조선인 60여만명을 시베리아 각지로 보내 장기간 강제노역에 투입했기 때문이다.

문씨는 지난 5월 시베리아 억류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더 적극적인 노력을 해달라는 취지에서 한국 외교부에 이 문제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의서를 보냈다. 그러나 외교부는 6월12일과 지난 14일 두 차례에 걸쳐 “1965년 한일협정 이전에 귀국해 국적을 회복한 시베리아 억류 피해자들의 대일 청구권은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라 해결된 것으로 사료된다”는 회신을 보내왔다. 외교부는 2005년 한일협정 문서 공개 이후 만들어진 ‘민간공동위원회’에서 한일협정에 포함되지 않은 문제로 △군대 위안부 △사할린 잔류 조선인 △원폭 피해자 등 세가지만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꼽았다. 1965년 한일협정에 의해 문제가 해결됐으니 더는 일본 정부에 뭘 요구할 근거가 없다는 얘기인 셈이다.

이런 외교부의 견해는 그동안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수십년 동안 노력해온 일본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견해보다 후퇴한 것이다. 시베리아 억류자 문제 해결을 위해 오랫동안 애써온 곤노 아즈마 일본 민주당 참의원(작고)은 2009년 3월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시베리아 억류 피해는 패전 이후에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일본 정부는 한국인들이 개별적으로 피해 보상을 요구할 수 없게 한 한일협정을 근거로 보상을 거부할 수 없다”며 “앞으로 한국인들도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입법 활동을 이어나가겠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일본 정부는 민주당 정권 시절인 2010년 6월 일본인 시베리아 억류자들에 대한 구제 조처에 나서 1인당 25만엔에서 150만엔까지 특별급부금을 지급한 바 있다. 입법 초기에는 한국·대만 국적자들도 지급 대상에 넣었지만, 반대하는 자민당을 설득해 우선 법을 만든 뒤 범위를 넓혀가자는 신중론에 따라 일단 일본인만 대상으로 입법하는 쪽으로 후퇴했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현재 정부 차원에서 이 문제에 대한 법적 검토를 진행중”이라면서도 “그러나 정부의 기존 견해에서 달라진 것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강제동원 피해 문제를 오랫동안 연구해 온 한 관계자는 “한국 정부가 일본의 책임을 추궁해도 모자란 판에 일본 정치권의 견해보다 후퇴한 법 해석을 내놓다니 황당할 따름”이라며 “한국 정부가 이 문제는 일본이 책임이 아니라고 해버렸으니, 일본 정부가 앞으로 책임 있는 조처를 취할 리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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