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할 수 없을 정도 악화’ 판단
땅 얼려 지하수 유입 차단 추진
“다른 배출구에서도 누출 추정”
땅 얼려 지하수 유입 차단 추진
“다른 배출구에서도 누출 추정”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의 오염수 유출 사태가 계속 심각해지자, 일본 정부가 문제 해결에 나서기로 했다.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27일 후쿠시마 제1원전의 오염수 유출 문제와 관련해 “올해 예비비를 활용해 유출을 막을 대책을 시급히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엔에이치케이>(NHK) 방송 등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모테기 도시미쓰 경제산업상도 “올해 예비비를 활용해 지하 토양을 얼려 지하수를 차단하는 ‘동토의 벽’을 조속히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가 오염수 처리에 정부 예산을 쓰기로 태도를 바꾼 것은 이 문제가 도쿄전력에만 맡겨둘 수 없을 만큼 악화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재 원전 주변에는 지하수의 흐름을 막을 차단막이 없어 매일 400t의 지하수가 원전 건물로 유입되고 있다. 이렇게 스며든 지하수는 원자로와 접촉해 오염된 뒤 주변 토양은 물론 인접한 바다로까지 유출되고 있다. 도쿄전력은 오염수의 양이 걷잡을 수 없이 늘자 지상에 저장 탱크를 만들어 오염수를 보관해왔지만, 최근 탱크에서 오염수가 유출되는 것으로 확인돼 진퇴양난의 위기에 빠졌다.
전문가들은 원전 부지 내로 유입되는 지하수의 양을 줄이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를 위해 도쿄전력은 원자로 주변에 냉각 장치를 설치해 땅을 얼려 지하수의 흐름을 끊는 ‘동토의 벽’(길이 1.4㎞) 설치 작업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 사업에 올해 예산을 조기 투입해 문제 해결을 앞당긴다는 계획을 내놓은 것이다.
일본 야당과 시민운동 세력은 정부와 도쿄전력의 무능을 질타하며 사고 대책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치다 다다요시 일본 공산당 서기국장은 26일 기자회견에서 오염수가 계속 바다로 유출되는 상황과 관련해 “지금껏 인류가 겪어본 적이 없는 비상 사태이자 위기 상황”이라며 “원전 사고가 수습됐다는 선언을 철회하고 오염수 관리 등에 대한 사고 대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아사히 신문>은 오염수가 그동안 알려진 저장 탱크의 북동쪽 배수구뿐 아니라 남쪽 배수구를 통해서도 흘러나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에 따라 도쿄전력이 제거해야 할 오염 토양의 양은 애초 예상보다 늘어나게 됐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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