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하루 600억베크렐 유출”
“(순찰은) 24시간 동안 이뤄지고 있습니까?”(아베 신조 일본 총리)
“네, 당직 직원이 순찰을 돌고 있습니다.”(도쿄전력 직원)
19일 하얀색 방호복에 빨간 헬멧을 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오염수 유출 문제가 이어지고 있는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에 모습을 드러냈다. 2020년 여름올림픽 개최지 선정을 앞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최종 프레젠테이션에서 “(오염수 등 원전을 둘러싼) 상황이 억제돼 있다”는 발언으로 세계적인 파문을 일으킨 지 12일 만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300t의 오염수가 새어나간 것으로 확인된 저장탱크 주변을 둘러본 데 이어, 방사능에 오염된 지하수가 하루에 300t씩 바다로 흘러드는 것을 막으려는 차수벽 설치 공사가 진행중인 현장을 둘러보고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그러나 인식은 변하지 않은 채였다. 그는 현장시찰 직후 이뤄진 기자간담회에서 “제가 이미 (IOC 총회가 열린)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말한 것처럼 오염수의 영향은 (원전 전용) 항구 내 0.3㎢ 내에 완전히 차단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변의 여러 비판 여론을 고려한 듯 “오염수 처리를 위해 국가가 전면에 나서, 제가 책임자로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베 총리가 오염수의 영향이 차단돼 있다고 강조하는 건 아이오시 총회 때 발언이 ‘국제 약속’처럼 인식돼 이를 바꾸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일본 언론들이 지적했다. 아울러 아직까지 항구 밖에선 눈에 띌 만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지 않은 사정도 작용한다.
하지만 나라 밖은 물론 일본 안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항구의 부두 지역에 폴리에스테르로 만든 차단막이 설치돼 있긴 하지만, 해수가 항구 안팎을 자유롭게 드나드는데 상황이 통제되고 있다고 말할 순 없기 때문이다. <아사히신문>은 20일치 1면 기사에서 “총리가 다시 한번 오염이 차단돼 있다고 말하지만, 그렇지 않다. 항구 밖에서 아직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지 않는 것은 단순히 농도가 (아직) 옅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해 아오야마 미치오 일본 기상청 기상연구소 주임연구관은 오염수를 통해 하루에 세슘과 스트론튬이 각각 300억베크렐씩(총 600억베크렐) 바다로 흘러들고 있다는 추정치를 내놓았다.
아베 총리의 견해에 대해선 올림픽 개최 도시로 선정된 도쿄도의 이노세 나오키 지사도 비판적 의견을 밝혔다. 그는 20일 기자회견에서 “현재 (오염수 문제가) 반드시 통제되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 어쨌든 총리가 상황을 통제하겠다고 말했으니 앞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 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도쿄전력은 오염수가 유출된 저장탱크 문제와 관련해 바닥강판 이음매 부분의 볼트 5개가 느슨해져 있는 게 확인됐다며 이것이 사고의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도쿄/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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