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 연설서 “PKO 등 적극 참여”
국제문제 군사적 개입 방침 밝혀
전날엔 ‘중국위협론’ 거론하며
“군국주의자라 부를테면 불러라”
요미우리 ‘아베 색깔 드러낸 발언’
국제문제 군사적 개입 방침 밝혀
전날엔 ‘중국위협론’ 거론하며
“군국주의자라 부를테면 불러라”
요미우리 ‘아베 색깔 드러낸 발언’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유엔(UN) 총회 연설에서 ‘적극적 평화주의’란 깃발 아래 아시아와 세계에 적극 기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국제무대에서 ‘집단적 자위권’ 행사 방침을 선언한 것으로, 전후 60여년 동안 일본이 유지해 온 외교안보 노선에 큰 변화를 예고했다.
아베 총리는 26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총회 연설에서 “일본은 새로운 ‘적극적 평화주의’의 깃발을 내걸려 한다”며 “일본은 적극적 평화주의의 입장에서 평화유지활동(PKO) 등 유엔의 집단 안전보장 조처에 한층 더 적극적으로 참가하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대한 직접 언급은 삼간 채 ‘적극적 평화주의’를 내세웠지만, 이것이 집단적 자위권 행사와 연결된다는 것은 자명하다. 보수적 견해를 대변하는 <요미우리신문>은 27일 사설에서 “아베 총리가 선언한 적극적 평화주의라는 새로운 이념을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집단적 자위권에 관한 정부의 헌법 해석 변경이 필수 불가결하다”며 “이는 현재 시대의 요청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아베 총리의 이번 선언은 교전권과 군대 보유를 금지한 평화헌법에 기대 전후 60여년 동안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일본이 그동안의 ‘소극주의’를 버리고 국제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거대한 방향 전환을 선언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25일 워싱턴의 보수적 싱크탱크인 허드슨연구소 초청강연에서도 아베 총리의 발언은 거침이 없었다. 그는“저를 우익 군국주의자라고 부르고 싶다면 그렇게 하세요”라고 했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한 헌법 해석 변경 필요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였다. 아베 총리는 “우리 바로 옆에 있는 나라의 군사지출은 최소한 일본의 2배이고,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다. 그 나라는 20년에 걸쳐 방위예산을 10%씩 늘이고 있지만, 올해 우리는 11년 만에 겨우 0.8% 올렸을 뿐”이라며 중국 위협론을 강조하며, 일본의 군사행동 확대를 정당화했다.
아베 총리는 최근 국제무대에서 외교적 수사를 걷어내고, 튀는 발언을 계속 쏟아내고 있다. 취임 직후인 지난 2월 미국을 방문해 “일본이 돌아왔다”고 선언한데 이어, 지난 7일 2020년 하계 올림픽 개최지가 결정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장에선 “원전 오염수 문제가 통제되고 있다”고 말해 설화를 빚었다. 이번에는 중국 등 주변국에 외교적 결례가 될 발언을 입에 담은 것이다.
<요미우리신문>은 27일 분석 기사에서 아베 총리의 이런 발언들을 ‘아베의 색깔’이라고 표현하며 그 배경으로 국내의 높은 지지율과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대한 미국의 지지 등을 꼽았다. 실제로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정을 위해선 일본이 더 큰 구실을 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최근 들어 미국의 재정 상황이 악화하면서 중국의 부상에 대처하기 힘들어지자,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아베 총리에게 한층 높은 기대감을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아베 총리의 지나친 발언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높다. 북핵 문제를 비롯한 복잡한 현안 해결을 위해선 한-미-일 3국의 연대와 중국의 협조가 중요한데, 아베 총리의 침략 부정 발언과 영토문제를 둘러싼 갈등 등으로 현재 한-일, 중-일 관계가 전례 없이 냉각돼 있기 때문이다.
도쿄/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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