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흥 법인세는 연말께 폐지키로
기업 우선 정책에 반발 일듯
기업 우선 정책에 반발 일듯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내년 4월부터 소비세를 현행 5%에서 8%로 3%포인트 인상한다고 1일 발표했다. 소비세 인상에 따른 경제적 충격 우려와 재정 건전성을 개선해 나간다는 국제 공약 사이에서 국제 공약을 우선한 결정인 셈이다. 일본이 소비세율을 인상하는 것은 1997년 이후 16년 만이다.
아베 총리는 이날 도쿄 총리관저에서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어 “국가의 신뢰를 유지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보장제도를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려고 소비세를 5%에서 8%로 인상하기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기자회견에 앞서 연 각료회의에서 증세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5조엔 규모의 경제 대책도 함께 결정했다. 그는 “겨우 경제가 회복되고 있는 가운데 증세를 하면 일본 경제가 다시 깊은 디플레이션의 계곡으로 빠지는 게 아닌지 마지막까지 숙고했지만, 경제 재건과 재정 건전화는 양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결정된 경제 대책의 뼈대는 기업의 설비 투자와 임금 인상을 촉진하기 위한 감세라고 전했다. 이밖에 △저소득층을 위한 현금 지급 △중소기업 투자 보조금 △부흥·방재대책 가속화 등이 포함됐다.
이 가운데 격론이 이뤄진 대목은 대지진 복구 비용 마련을 위해 2012년부터 3년 동안 법인세를 10% 늘리기로 한 ‘대지진 부흥 특별 법인세’를 1년 앞당겨 폐지하는 방안이다. 이에 대해선 연립 여당인 공명당이 반대했지만, 지난 30일 장시간 토론 끝에 “경제성장·임금인상과 연계한다는 것을 전제로 검토해 나간다”는 조건을 달아 뜻을 굽혔다. 일본 언론들은 올 12월께 부흥세 폐지가 이뤄지리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 전체가 부담하는 소비세를 증세하는 대신 기업의 법인세를 감세하는 이번 결정에 대해 적지 않은 반발이 예상된다. <도쿄신문>은 “개인의 부담은 증가하는데 기업 우선 정책만 먼저 내놓았다”며 “감세 조처를 받은 기업들이 실제로 고용과 임금을 늘릴지도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한훈 주일본대사관 재정경제관은 “이번 증세 조처가 당장 한국에 끼칠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본다”며 “이번 조처의 파장은 실제 증세가 이뤄지는 내년 4월 이후 경제 추이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1일 닛케이지수는 전날보다 0.2% 올라 이번 증세 결정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번 조처의 정치적 파장도 주목된다. 하시모토 내각은 1997년 4월 소비세를 3%에서 5%로 증세한 뒤 이듬해 7월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참패한 바 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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